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선발진에 진입할 수 있을까. 타이밍과 조건 모두 좋다. 사진 = 세인트루이스 트위터 캡쳐 입단은 곧 경쟁의 시작이다. 김광현(31·세인트루이스)이 137년 전통 명문 구단에서 선발진 연착륙을 노린다.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행 소식을 전한 뒤 하루 만에 계약까지 성사 됐다. 기간 2년, 총액 800만 달러를 보장 받았다. 인센티브도 연간 150만 달러가 있다는 소식이다. 밀워키와 계약한 KBO 리그 출신 조쉬 린드블럼(3년 912만5000달러), 토론토와 계약한 야마구치 슌(2년 600만 달러)보다 좋은 조건이다. 존 모젤리악 사장은 "오래 전부터 지켜본 투수다"며 준비된 계약을 어필했다.
김광현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선발 진입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최상의 시나리오는 선발이다"고 했다.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은 월드시리즈 우승 이력이 있는 명문 구단. 김광현이 그런 팀에 선발진에 입성할 수 있을까. 일단 타이밍은 좋다. 마이클 와카가 뉴욕 메츠로 떠났고, '전' 에이스 아담 웨일라이트는 불펜 전환이 유력하다. 2019시즌에 마무리투수를 맡았던 올스타 출신 우완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는 어깨 수술을 받고, 차기 시즌 초반에는 재활기를 보낼 전망이다.
'현' 에이스 잭 플래허티, 1라운더 다코다 허드슨, 그리고 일본 야구 역수출 대표 선수인 마일스 미콜라스는 1-3선발을 지킨다. 김광현은 남은 자리를 노리는 상황이다.
경쟁력은 김광현이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투수라는 점이다. 이미 류현진이 길을 잘 닦아 놓은 상태다. 주목도는 곧 기회 확보다.
무엇보다 세인트루이스 선발진에 지난 세 시즌 동안 없던 유형이다. 시즌 성적과 별개로 5인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아가는 팀이었다. 그러나 우완투수에 편중됐다. 2019시즌은 대체 선발 제네시스 카브레라가 두 차례 등판한 게 좌완 선발로 나선 유일한 사례다. 지난해는 오스틴 곰버가 11차례 나선 게 전부.
2008년에 빅리그에 데뷔해 2016시즌까지 뛰었던 하이메 가르시아가 30경기 이상 선발로 나선 마지막 투수다. 물론 던지는 팔의 방향과 상관 없이 기량이 좋은 투수가 선발진에 포진한다. 그러나 다양한 유형이 있으면 3~4연전씩 한 팀과 붙는 리그 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통상적 평가. 모젤리악 사장도 입단 기자회견에서 '좌완 확보'에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김광현은 진짜 전성기에 있다. 빠른 공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뿐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마운드 위에서만큼은 성숙하다. 이 도전에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