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1)의 행선지로 결정된 세인트루이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왼손 선발'이 귀했다. 올 시즌에는 페넌트레이스 162경기 중 오른손 선발이 무려 160경기를 책임졌다. 왼손 투수가 선발을 맡은 건 제네시스 카브레라(23)가 나선 2경기밖에 없다. 비율로는 고작 1.2%. 마이너리그에서 당장 올릴 수 있는 '왼손' 유망주도 부족하다.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시즌에는 전체 시즌 중 왼손 선발이 소화한 게 11경기, 2017년에는 마르코 곤잘레스(27)의 딱 한 경기가 전부였다. 몇 년 동안 오른손 투수 일색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갔다. 왼손 선발이 시즌 10승을 따낸 건 2016년 하이메 가르시아 이후 전무하다. 가르시아는 2017년 7월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고 세인트루이스는 그 빈자리를 수년째 채우지 못했다. 올해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에 올랐지만 '왼손 선발'은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였다.
미국 NBC 스포츠는 김광현의 '선발' 경쟁을 예상했다. 이 매체는 '세인트루이스가 카를로스 마르티네스(28)를 불펜에 두고, 김광현에게 선발 한 자리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르티네스는 2016년 16승을 기록한 에이스다. 그러나 올 시즌 불펜으로 역할을 전환해 1년을 뛰었다. 2020시즌 선발 재진입을 노리고 있는 상황. 공교롭게도 마르티네스조차 '오른손' 투수다. 경력에선 김광현이 밀릴 수 있지만, 투구 유형에선 어느 정도 플러스를 받을 수 있다.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다. 연봉 400만 달러(47억원)는 세인트루이스에서 적지 않은 금액이다. 폴 골드슈미트를 비롯해 2020시즌 팀 내 1000만 달러(116억원) 이상의 연봉을 수령하는 선수는 8명. 이 중 투수는 1선발 마일스마이콜라스(31·1675만 달러)와 마르티네스(1170만 달러) 불펜 투수 앤드류 밀러(34·1150만 달러)다. 김광현의 연봉은 투수 중에선 마이콜라스, 마르티네스, 밀러, 브렛 세실(33·725만 달러) 아담 웨인라이트(38·500만 달러) 다음이다. 높은 연봉은 아니지만, 세인트루이스 내에선 주축 선수로 분류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계약 조건(2년 800만 달러·인센티브 별도)은 베스트로 한 거 같다. 보장금액도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토론토와 계약(2년 600만 달러 추정)한 야마구치(32·전 요미우리)보다 더 좋은 조건이다"며 "팀으로 봐도 세인트루이스는 경쟁력이 있다. 늘 내실 있는 경영을 했고 당장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본인이 원하는 선발 자리도 열려있으니까 왼손이 부족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베스트 딜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