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베이징 궈안)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유럽 진출 관련 질문에 그저 웃었다. 목표로 했던 우승을 이뤄내고, 대회 최우수 수비상까지 거머쥐며 최고의 한 해를 마무리한 김민재는 "잘하는 선수들과 뛰어보고 싶다"는 답변을 남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8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 일본과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2015년과 2017년에 이어 대회 최초 3연패에 성공했고,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개최국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기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03년 창설 이후 3전 전승으로 우승한 최초의 팀이 됐고, 2018년 8월 부임한 벤투 감독이 처음 우승컵을 들어올린 국제대회로 남게 됐다. 또 79번째 한일전으로 치러진 이날 경기서 한국이 승리를 챙기며 상대전적은 42승23무14패로 절대 우세를 이어가게 됐다.
3경기 5골 무실점. 한국의 무실점 우승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김민재는 대회 최우수 수비수에 선정됐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민재는 "정말 기분이 좋고, 우승해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는데 수비상까지 받아서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 목표를 징크스 깨는 것, 무실점 하는 것, 우승하는 것, 세 개로 정했다는 김민재는 웃으며 "다 똑같은 목표 아닐까요"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동아시안컵에서 보여준 활약을 바탕으로 '아시아는 좁다'고 생각하지 않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김민재는 그저 웃고는 "좁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유럽팀이나 브라질, 남미팀들과 경기했을 때 FIFA 랭킹은 낮아도 유럽 선수들이 다르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며 "중국에서 뛰면서 잘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잡으며 느낀 것도 있다. 더 큰 무대로 나가서 11명이 다 잘하는 선수들과 뛰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다"고 답했다.
96라인의 두 주축인 황인범이 대회 MVP를, 김민재가 최우수 수비수를 수상한 것에 대해 김민재는 "(황)인범, (나)상호, (한)승규 모두 항상 가깝게 지내고 있고 서로 격려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친구들이다. 아쉽게 이번에 승규는 뛰지 못했지만 인범이, 상호 모두 잘했고 한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정을 과시했다.
아시안컵부터 이적, 그리고 월드컵 2차예선과 동아시안컵까지 숨가쁘게 지나간 올 한 해를 돌아보며 "굉장히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아쉬운 부분 많고 배울 것, 고칠 것도 많다"고 얘기한 김민재는 "너무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년 시즌 얼마 남지 않았으니 휴식을 잘하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한편 유럽 이적을 원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요청에는 잠시 웃음을 지었다가 "다들 아시겠지만 이적이 저 혼자 성사되는 게 아니다. 중국에서 기량 떨어졌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우선 좋은 몸상태를 만들고, 할 수 있는 거 최대로 기회 만들어서 하겠다. 내년 목표는 유럽 진출이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