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현장과 지원 그리고 운영을 총괄하는 수장들이 모두 처음 맡는 직무를 수행하게 됐다. 변수가 많아졌기 때문에 선수단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내부 FA(프리에이전트)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롯데 그룹이 지난 19일 오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롯데케미칼에서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낸 이석환 전무가 야구단의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지난 1월 28일에 취임한 김종인 대표이사는 한 시즌 만에 물러난다. 현재 야구단은 종무식을 치르고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다. 내정자의 취임식은 해를 넘긴 뒤 진행될 예정이다.
김종인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 감독과 단장이 동반 사임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다. 메이저리그 구단 시카고 컵스의 스카우트던 성민규를 단장에 앉히고, 허문회 키움 수석 코치를 감독 선임을 수락하는 등 구단 운영 전반에 걸쳐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냈다.
모기업에서 내려오는 야구단 대표이사의 임기는 길어야 2~3년이다. 김종인 대표는 직접 구태 청산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박수를 받은 지점도 있다. 그러나 부임 4~5개월에 불과한 기업인이 현장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내린 결정도 많다는 평가다. 선수 엔트리에 관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방향성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인사는 변화를 예고한다. 당장 김종인 대표이사가 영입한 성민규 신임 단장은 내정자 호흡을 맞춰야 한다. 그가 영입한 인물들, 심지어 허문회 감독도 마찬가지다.
변화의 움직임이 정착하기도 전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대표이사가 교체되지 않았다면, 현장 지원이라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다. 김종인 전 대표이사의 손을 탄 선택들은 내정자의 책임으로 볼 순 없다. 모기업의 결단에 따라 방향성이 좌우되는 야구단만의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준비 과정에서는 10구단 모두 장밋빛 미래를 예고한다. 그러나 성패는 시즌 운영에서 갈린다. 현장과 프런트의 호흡과 소통이 원활한 두산이 매년 주축 선수가 이탈하고도 수년째 정상을 지키고 있는 이유다. 롯데는 대표이사와 단장, 감독 모두 아직 자신이 맡게 된 직무에 경험이 없다. 이 점도 큰 변수다.
이번 대표이사 선임으로 인해 롯데의 오프시즌 주요 현안인 내부 FA 계약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야수 전준우(33), 투수 손승락(37), 고효준(36)과의 계약 여부뿐 아니라 과정에서의 스탠스도 종전과 다른 기류가 예고된다.
내부 결속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롯데는 초짜 수장들만 있는 상황이다. 선수단 스스로 혼선이라는 변수에 대처해야 한다.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면 표류할 수밖에 없다. 전준우는 이대호의 바통을 이어받을 재목으로 평가된다. 손승락은 수년째 투수조 대들보였다.
오버페이를 피하려는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이사 선임과 상관없다. 리그 전체의 추세다. 형성된 시장가도 예상된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협상 자세는 다른 문제다. 2020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에서도 돈보다 마음을 얻어서 계약에 성사한 사례가 있다. 중요한 요소다. 롯데는 선수의 마음을 온전히 잡지 못한 탓에 프랜차이즈 스타를 놓친 사례가 있다.
롯데는 이번 내부 FA와의 협상에서도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형국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대표이사 교체로 협상 또는 계약 시기가 늦어지고, 마음마저 얻지 못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로울 게 없다. 전준우와 손승락에게 어떤 자세로 협상했는지는 다른 선수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개별 동기 부여뿐 아니라 차기 시즌 선수단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수에게 끌려가지 않으면서도 가치를 인정해야 하는 상황. 그동안 롯데의 계약 방침은 정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긴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