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이 남자부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제)의 단계별 상향 조절을 결정하면서 몸값 정상화를 향한 첫발을 뗐다.
연맹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유명무실화된 남자부 7개 구단의 샐러리캡을 현실화하기 위해 단계별로 3년간 올리기로 했다.
샐러리캡은 현행 26억 원에서 2020~2021시즌 31억 원, 2021~2022시즌 36억 원, 2022~2023시즌에는 41억5000만원으로 증액된다. 특히 2022~2023시즌에는 샐러리 캡의 40%인 16억 6000만원의 옵션 캡을 도입한다. 옵션 캡은 구단이 선수에게 우승 포상금을 제외한 연봉 외 지급하는 모든 금전적 항목을 포함한다. 즉, 2022~2023시즌에는 구단이 한해 58억1000만원까지 선수 연봉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현행 샐러리캡은 순수하게 연봉만 포함하고 있다. 구단과 선수는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악용했다. 연맹을 통해 공개하는 연봉보다 더 많은 옵션을 챙겨가는 경우도 있었다. A 구단 관계자는 "한선수가 이번 시즌 연봉킹(6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최근 대형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의 총 계약 규모는 한선수의 연봉을 뛰어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선수별로 반쪽 연봉 계약이 공개된 것이다.
연봉 외에 지급하는 금전적 항목인 옵션 캡이 지금이 아닌 2022~2023시즌부터 도입되는 것도 옵션과 승리 수당 등이 크게 포함된 기존 계약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일부 구단에선 이해관계에 따라 더 큰 폭으로 샐러리캡 증액을 원했으나, 일단 이번에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진다.
연맹은 "투명한 리그 운영을 위해 연봉 검증위원회 강화 등 제도를 보완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선수들의 몸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단을 고려해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은 2020~2021시즌부터 기존 70%에서 50%로 하향 조정된다.
이번 샐러리캡 증액 결정에 여자부는 빠졌다. 현행 여자부의 샐러리캡은 14억 원으로 특정 선수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선수 1명의 연봉이 샐러리캡 총액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을 걸었다. 한국배구연맹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에서 주로 남자부 샐러리캡에 대한 이야기가 이뤄졌다. 여자부 역시 샐러리캡 인상에 대한 공감대는 갖고 있다"면서 "다만 연맹에서 제시한 안에 대해 샐러리캡 인상 폭과 단계별 조정 등에 있어 좀 더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눈 뒤 결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향후에는 샐러리캡 증액을 시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