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21세기 홍길동이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을 위해 전세계를 누비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19일 봉준호 감독은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은관문화훈장을 받기 위해서다. 불과 며칠 전 미국에서 TV 토크쇼(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나와 '기생충'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 그가 어느새 서울에 나타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20년간 작업해 온 감독으로서 평소와 같은 마음으로 담담하게 만든 '기생충'으로 훈장까지 받게 돼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평소처럼 담담하게, 늘 하던 대로 창작의 길을 한 발 한 발 걷겠다"라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오는 27일에는 일본을 찾는다. 도쿄 토호 시네마 롯폰기힐즈에서 진행되는 '기생충' 특별 상영 무대인사에 배우 송강호와 함께 참석한다. 송강호와 함께 일본 관객과 만나는 것은 '괴물' 이후 13년 만으로, 많은 팬의 기대를 받고 있다.
2020년에는 더 빡빡한 일정이 준비돼 있다. 그간 여러 수상 낭보를 전한만큼 트로피를 받기 위해 많은 시상식에 참여해야 한다.
1월 3일 미국영화연구소(AFI)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는다. 이어 5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예정돼 있다.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있다. 이틀 뒤인 7일에는 뉴욕 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고, 8일 전미 비평가위원회 시상식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다. 9일 할리우드 평론가협회 시상식, 11일 LA 비평가협회 시상식, 12일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이 열린다. 수상 확정 혹은 노미네이트된 상황이기에 봉준호 감독은 빠짐없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18일 미국제작자조합(PGA) 시상식, 19일 미국배우조합(SAG) 시상식, 25일 미국감독조합(DGA)시상식이 열린다. 27일에는 오스카 후보자들이 모이는 파티가 예정돼 있어서, 14일 발표되는 후보 명단에 이변 없이 포함된다면 이날 또한 봉 감독의 스케줄은 확정된 셈이다.
일정은 2월까지 이어진다. 2월 1일에는 미국작가조합(WGA) 시상식, 2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4일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가 진행된다. 그리고 9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1월에만 10개의 시상식이 준비돼 있다. 2월에는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는 영국과 미국 아카데미가 열린다. 봉준호 감독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일정이다.
외롭게 스케줄을 소화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계속해서 봉 감독과 오스카 캠페인을 함께 해온 송강호를 비롯해 배우들이 지원 사격에 나선다. 조여정과 이정은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할 계획이고, 이선균도 전야 행사 참석을 조율하고 있다. 최우식과 박소담 등도 미국배우조합 참석을 논의 중이다.
'기생충'을 찾는 시상식이 많고, 수상을 향한 기대가 높다. 뉴욕타임스는 '기생충, 오스카로 진격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기생충'이 오스카 후보로 진입하며 올해 시상식 시즌의 강력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 레이스에서 거의 확실한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