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허진호 감독)'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한석규는 2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세종을 연기하면서는 '세종은 왜 그렇게 바쁠까. 왜 그렇게 안 해도 될 일들을 계속 했을까.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졌다"고 운을 뗐다.
한석규는 "이도라는 사람에게는 그 모든 일들이 꼭 해야 할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진짜 이유는 나도 모른다"며 웃더니 "왕들은 또 사람을 좀 많이 죽이지 않냐. '(사약) 먹여라. 보내라. 눈 앞에서 치워라' 하면 알아서 죽여줬다. 근데 세종은 사람을 많이 안 죽였다. 내가 아는 이도라는 사람은 사람을 안 죽였다. 다른 왕 같았으면 충분히 죽일 수 있는 인물들도 죽이기는 커녕 속된 말로 어떻게든 끝까지 뽑아 먹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종은 '살린다'에 초점을 맞춘 인물이라고 본다. '죽이지 않는다'가 아니라 '살려낸다'다. 지금 찍고 있는 '낭만닥터 김사부' 대사와도 이어지는 것 같은데, 진짜 농담이 아니라 이도는 '살린다'를 더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출발을 난 엄마로 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석규는 "'뿌리깊은 나무' 때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인물로 분석했다. 그 때는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바탕으로 '절대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마음 먹는 인물이라면, 내가 이번에 세종을 또 하고 싶었던 이유, 또 하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은 어머니에 대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또 "'죽이지 않겠다'와 '무조건 살린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결과는 같이 '안 죽인다'는 것인데, '죽이지 않겠다'는 마음의 접근과, '살린다'는 접근은 엄연히 다르다. 한 쪽은 약간 잘난척 하는 느낌이다. '내가 너 죽일 수도 있는데 살려준다'. 그것과 '죽으면 안돼!' 이거랑은 다르지 않냐. 세종에게 장영실은 살려야만 하는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한석규는 이번 영화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인 세종을 맡아 열연했다. 극중 세종은 관노 출신인 장영실의 재능과 천재성을 알아보고 신분에 상관없이 그를 임명, 출신 때문에 반대하는 이들로부터 감싸줄 만큼 장영실을 아낀 성군으로 그려진다. 한석규의 세종 연기는 이미 대중들에게 각인돼 있는 상황. 한석규는 지난 2011년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이도(세종) 캐릭터를 맡아 그해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다.
'천문'을 통해 다시 한번 세종으로 분한 한석규는 '같은 캐릭터 다른 분위기'를 확인케 하며 "역시 한석규"라는 찬사를 자아내게 만든다. 한석규는 1990년 데뷔 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변화를 거듭, 미친 연기력으로 독보적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오랜시간 한석규만의 깊이있는 분위기로 평단과 대중의 애정 및 신뢰를 동시에 받고 있는 만큼 '천문' 속 한석규와 세종 역시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대한민국 대표 배우 최민식·한석규가 '쉬리(강제규 감독)' 이후 20년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