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이 토론토로 간다. 몸값은 4년 8000만 달러(약 929억4000만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과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23일(한국시간) "류현진이 토론토와 계약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로 가게 됐다"고 전했다. MLB 네트워크 존 헤이먼 기자도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류현진이 4년 8000만 달러의 조건에 토론토로 향한다"고 썼다.
엄청난 금액이다. 올해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류현진은 이제 연 평균 2000만 달러를 받는 고액 연봉자가 됐다. 역대 한국인 투수 FA 최대 규모 계약 기록도 갈아치웠다. 종전 최대 금액은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지난 2001년 12월 텍사스와 계약하면서 받은 5년 6500만 달러다. 류현진은 박찬호보다 계약 기간이 1년 짧고 총액은 1500만 달러 더 많다. 또 역대 한국인 FA 최대 규모 계약은 외야수 추신수가 2013년 12월 역시 텍사스와 계약하면서 사인한 7년 1억3000만 달러(1년 평균 1857만 달러)다. 연 평균 금액만으로는 류현진이 최고액이 된다.
류현진은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남은 투수 가운데 최대어로 꼽혔다. 게릿 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같은 초대형 FA 투수에 이어 매디슨 범가너와 댈러스 카이클까지 계약을 마치면서 마지막 A급 FA 류현진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됐다.
당초 원 소속구단 LA 다저스와 같은 지역 팀인 LA 에인절스를 포함한 캘리포니아 지역팀이 유력 행선지로 꼽혔다. 특히 선발진이 약한 에인절스는 지역 언론과 팬들이 모두 나서 "류현진을 데려와야 한다. 마지막 기회다"라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렸다. 미네소타 역시 류현진에게 관심이 많은 팀으로 끊임없이 거론됐던 팀이다.
그러나 결국 류현진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구애한 팀은 토론토였다. 토론토는 원정 경기마다 국경을 넘어야 하는 캐나다 연고팀이고 LA와는 시차도 가장 많이 차이 나는 정반대 지역이라 류현진으로서는 이적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도 류현진에게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했고,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는 팀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류현진은 계약 내용에 트레이드 거부권을 포함시켰고, 옵트아웃은 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과 암이 모두 교차했던 메이저리그 생활이다. 2006년 한화에서 데뷔한 뒤 7년간 KBO 리그를 평정한 류현진은 2013년 LA 다저스와 6년 최대 4200만 달러에 계약하고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KBO 리그 출신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역대 최초 사례였다. 다저스가 한화에 이적료 격인 포스팅 비를 약 2573만 달러나 지불했을 정도로 성공적인 출발이었다.
류현진은 첫 두 시즌 동안 연속 14승을 올리면서 단숨에 빅리그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하는 성과도 올렸다. 다만 이후 2년간은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잇따라 받고 재활하느라 제대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도 맛봤다. 2018 시즌 종료 뒤 FA 자격을 얻었지만, 시장에 나오지 않고 다저스가 제시한 퀄리파잉오퍼를 받아들여 1년 1790만달러에 계약한 이유다.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 됐다. 올해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라는 눈부신 성적으로 한국인 선수로는 첫 평균자책점 개인 타이틀을 수상했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르는 기염도 토했다.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성적은 54승 33패, 평균자책점 2.98이다.
이제 류현진은 빅리그 진출 8년 만에 처음으로 내셔널리그가 아닌 아메리칸리그에서 뛰게 됐다.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는 투수도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보다 확실히 선발 투수에게 불리한 리그다. 무엇보다 토론토가 속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는 뉴욕 양키스, 보스턴과 같은 전통의 강팀들이 있다. 또 최지만의 소속팀 탬파베이와 한때 김현수가 몸 담았던 볼티모어도 만만치 않은 팀들이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이 많고, '타고투저' 현상도 두드러지는 지구다.
다저스 시절 아메리칸리그 팀들과의 인터리그 성적이 썩 좋지 않았던 류현진이기에 토론토 입단은 안전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앞으로 한 시즌에 19번씩 상대해야 하는 양키스는 올해 류현진에게 시즌 첫 만루 피홈런과 한 경기 최다 실점(7점) 기록을 안긴 악연도 있다. 그러나 류현진은 익숙하고 안온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떠나 격동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새 둥지를 트는 모험을 택했다. 류현진 다운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