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30)는 지난 5월, 17년간 신었던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이상화는 ‘피겨 여왕’ 김연아(29)와 함께 겨울 스포츠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선수였다.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과 2014년 소치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8년 평창올림픽 은메달로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무릎 통증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이상화는 재활훈련을 거듭했지만,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진단에 따라 은퇴를 결심했다. 지난 10월 가수 강남과 결혼한 이상화는 요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최근 이 TV 프로그램에서 그의 심각한 무릎 상태가 공개됐다. 5년 만에 병원을 찾은 이상화는 내측추벽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주치의는 “스케이트 종목은 자세를 낮추고 전진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무릎에 체중의 10배 이상의 압력이 실린다. 연골이 깨졌다. 이걸 이겨내고 기적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화는 은퇴를 결정한 뒤 “2022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해설위원이나 코치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설원에서는 ‘스키 여제’ 린지 본(35·미국)이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여자선수 최다승 기록(82승) 보유자인 본은 뛰어난 실력과 빼어난 외모로 남성 중심의 스키계를 바꿔놓았다. 부상을 달고 살았던 본은 지난해 11월 왼쪽 무릎을 다쳤다. 그는 “제 몸이 ‘그만할 때’라고 외친다”며 지난 2월 대회를 끝으로 19년 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본의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그는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와 사귀기도 했던 본은 지난해부터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P K 서반(30)과 교제 중이다. FIS 월드컵에서 67승을 거둔 ‘스키 황제’ 마르셀 히르셔(30·오스트리아)도 지난 9월 정상의 자리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축구에서는 사무엘 에투(38·카메룬), 페르난도 토레스(35·스페인)가 그라운드를 떠났다. ‘패스 마스터’로 불리던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39·스페인)도 지난 5월 축구화를 벗었다. 송곳 패스를 자랑하던 그는 ‘무적함대’ 스페인 대표팀을 진두지휘하며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유로 2008, 2012 우승을 이끌었다. 또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에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총 25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사비는 카타르 프로축구 알 사드에서 말년을 보내다가 지난 5월 알 사드 감독으로 변신했다. 그의 꿈은 친정팀 바르셀로나의 감독을 맡는 것이다.
‘안타 제조기’로 불리던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46)도 올해 방망이를 내려놓았다. 그는 2001년 미국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뒤 10년 연속 타율 3할 및 2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일본과 미국에서 28년간 뛰면서 안타 4367개를 때렸다. 집에서 TV를 볼 때도 시력보호를 위해 선글라스를 낄 만큼 ‘자기관리의 표본’이었다.
등 번호 ‘51번’처럼 ‘51세’까지 뛰길 원했던 이치로는 그러나 40대에 접어들며 내리막을 걸었고 지난 5월엔 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시애틀 구단 직원을 맡았다. 이치로는 지난 3월 20일과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깜짝 복귀해 은퇴경기를 치렀다. 은퇴 기자회견에서 이치로는 “더는 후회가 없다”고 했다. 은퇴 이후 고향 친구들과 고베시에 동네 야구팀을 만든 이치로는 지난 3일 투수로 나서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