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14년 A대표팀 코치로 한국대표팀 지도자로 발을 디딘 후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약 4년 동안 대부분의 대표팀 인생을 소방수로 보냈다. 한국 축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항상 신 감독을 찾았고, 신 감독이 긴급투입될 때마다 항상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짧은 시간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저력을 드러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시작으로 2017 U-20 월드컵 그리고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신 감독은 파란만장한 소방수의 삶을 살았다.
혹자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신 감독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으면 어땠을까?'
한국 축구는 신 감독을 급할 때 소방수로만 활용했지 충분할 시간을 펼쳐보일 수 있는 진정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래서 한국에서 찾지 못했다. 신 감독은 답을 찾기 위해 외국으로 떠난다. 그가 향한 곳은 인도네시아. 지난해 말 신 감독과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4년 장기계약을 맺었다. A대표팀과 함께 U-23 대표팀, U-20 대표팀까지 총괄하는 계약이다.
2020년. 신 감독이 '소방수의 삶'과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주여졌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신 감독은 오는 5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해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업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한다.
일간스포츠는 첫 외국 감독 도전을 앞둔 신 감독을 경기도 성남 모처에서 만났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향한 설렘과 걱정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소방수의 삶을 끝내는 감회도 전했다. 2020년 한국 축구 팬들에게 새해 인사도 잊지 않았다.
-중국의 거액 연봉을 고사하고 인도네시아를 택했다.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 생각해도 잘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거액 제의에 흔들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돈이 아니라 시간을 선택했다. 돈 보다 시간이 더 필요했다. 중국이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내가 하고 싶은 축구를 완성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보장해 준 인도네시아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얻은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차분하게 만들어갈 것이다."
-중국보다 적지만 인도네시아의 대우는 만족하는가. "만족한다. 금전적으로도 인도네시아 상황 상 최선을 다해준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가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겠다고 약속을 한 점이 만족스럽다.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리그에 지장이 있더라도 선수 차출 등 모든 부분을 다 도와주겠다고 했다. 이런 약속을 받으니 너무나 행복했다. 이런 지원으로 인해 자신감도 높아졌다."
-인도네시아 말은 배우고 있나. "인도네시아에서 첫 기자회견을 할 때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를 했다. 앞으로도 인도네시아어를 열심히 배울 생각이다. 선수들도 영어를 잘 안 쓴다고 한다. 협회장도 선수들과 마음을 열기 위해서 인도네시아 말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라. 나 역시 선수들의 마음을 가져오기 위해 현지 언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로 가서 어학 공부 방법과 스케줄 모두 계획해 놓은 상태다."
-인도네시아의 느낌은. "이번에 인도네시아에 가서 안 사실인데 인도네시아가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고 들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한국을 가장 좋아하는 국가가 인도네시아라고 한다. 한류와 K팝 등이 이곳에서 뜨겁다.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사람 절반 이상이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한국을 이렇게 좋아해주는데, 내가 더 노력해서 축구에서 성적을 내면 민간외교관으로서 이만큼 좋은 것이 없다. 축구 인기도 정말 뜨거운 나라다."
-한국과 문화적 차이가 큰 곳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이슬람 문화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인도네시아 코치를 2명 쓸 생각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대표팀에 있을 때 내가 코치로 있었다. 외국 감독을 모셔봤다. 현지인 코치 역할이 중요하다. 어떻게 선수들과 화합을 시키고 단합을 시키는 지 알고 있다. 문화적인 차이도 코치로 인해 많이 좁힐 수 있다. 이런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라마단도 경험해야 한다. "라마단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느라 축구협회 관계자와 하루를 보낸 것 같다. 라마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금식으로 인한 체력 저하는 보완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축구의 가장 큰 문제점이 체력이라고 본다. 65분이 넘어가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전반의 좋은 모습을 후반에 보여주지 못했다. 라마단 기간에는 더 심할 것이라 본다. 영양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이때 어떻게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 정답은 없다. 그 속에 들어가 경험을 해보며서 해법을 찾을 것이다."
-적응에 자신있나. "한 사람의 성공스토리는 곧 적응스토리다. 성남 일화 감독을 할 때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봤다. 실력보다도 먼저 한국에 적응하느냐가 중요했다. 좋은 감독들이 외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건 적응을 하지 못한 이유라고 생각을 한다. 나의 해외 첫 감독 도전이다. 적응을 얼마나 잘, 빨리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적응을 잘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는 한 때 동남아 3강이었다 추락했다. "인도네시아 감독을 맡긴 이유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 축구의 부활이다. 앞서 말했듯 체력이 가장 문제다. 체력이 떨어지니 정신력도 약해지고, 집중력 저하로 실점도 허용한다. 체력과 정신력을 키우면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베트남과 동남아시아게임 결승에서 0-3으로 졌지만 경기력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체력 외 나머지 부족함도 함께 경험하면서 찾아낼 것이다."
-신태용 축구 이미지는 공격축구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어지나. "그 팀에 맞는 전술을 써야 한다. 인도네시아 상황으로 보면 공격축구를 고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수비축구도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동남아시아 팀을 상대로는 공격축구를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강호들을 상대할 때는 수비축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효율적인 수비축구도 필요하다."
-3개 대표팀을 지휘, 업무과중 아닌가. "빠듯하다. 일이 너무 많다. 3개 대표팀 일도 있고, 축구협회가 U-17 대표팀도 도움을 달라고 했다. 모두 내가 선택한 일이다. 바빠도 마음은 편하다. U-23 대표팀이 AFC U-23 챔피언십에 탈락했다. 이 연령대 애들이 괜찮다고 본다. 그래서 A대표팀과 세대교체를 시키려고 한다. A매치 데뷔전은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다. 그리고 U-20 대표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다."
-선수 선발의 기준은.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리그, U-20 리그 등 각 연령별로 리그가 잘 만들어져 있다. 많은 경기를 관전하면서 선수들을 발굴할 것이다. 일단은 인도네시아 코치에게 많이 맡길 수 밖에 없다. 내가 선수 파악이 안 된 상황이고, 코치들이 선수 파악을 완벽히 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직접 경험을 하다보면 어떤 선수를 데리고 갈 지 느낌이 올 것이다."
-구체적은 스케줄은. "5일에 인도네시아로 출국한다. 6일부터 공식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17, 18, 19세 60명을 데리고 발리로 가서 1주일 간 테스트를 할 것이다. 이 중 28명을 선발해 2월까지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돌아오면 19세 대표팀은 해산한다. 이후 A대표팀을 소집한다. 보름 정도 소집시켜 훈련을 시킬 것이다. 그 다음 19세를 다시 소집해 일본에서 열리는 U-19 대회에 참가한다. 다녀오면 A대표팀 소집해 태국, UAE전 준비한다. 끝나면 또 19세를 데리고 독일,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간다. 다녀온 뒤 6월 베트남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최종전을 하고, 친선경기 한 경기 더 한다. 이것까지 끝내면 한국에 한 번 휴가 차 올 생각이다. 이 스케줄은 내가 다 짰다. 그렇게 해야 더 빨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A매치 데뷔전이 태국전이다.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다. 이미 5전 전패를 당했다. 최종예선 진출이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신선함을 보여주려고 한다. A대표팀 세대교체의 시작점을 보여줄 것이다. 22세 대표팀 선수들이 세대교체의 중심으로 설 것이다. 태국전에서 이긴다, 진다를 떠나서 희망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축구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경기력을 선보이고 싶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대결도 있다. "내가 인도네시아로 가면서 박항서 감독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박항서 감독님과 워낙 친하다. 베트남에서 정말 위대한 일들을 해내셨다. 성남 일화 감독할 때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시던 박 감독님을 1-0으로 이겨봤다.(웃음) 박 감독님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 지금 U-23 챔피언십 준비로 바쁘실 것이다. 일단은 거기에 모든 신경을 쓰셔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셨으면 좋겠다."
-2021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크다. "축구협회와 회장도 그렇고 대통령도 2021년 열리는 U-20 월드컵에 관심이 많다.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니 당연하다. 나에게 기대하는 바도 크다. 자국에서 개최하는 보람을 찾고자 한다. 성적도 받쳐줘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냉정하게 말해 조별리그 통과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상황을 바꿔야 한다. 앞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 1월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많은 준비를 할 것이다.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스케줄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차출 때문에 힘든 문제도 없다. 조별리그 통과를 목표로 잡고 준비하겠다."
-인도네시아 감독의 큰 의미, 소방수가 아닌 삶을 사는 것이다. "한국 대표팀에서 소방수로 치열한 삶을 살았다. 올림픽대표팀도 갑자기 맡았고, U-20 월드컵 대표팀 감독도 대회 6개월 남겨놓고 맡았다. 러시아월드컵 대표팀은 최종예선 2경기 남기고 지휘봉을 잡았다. 갑자기 상황에 직면하니 제대로 플랜을 짜지 못했다. 그때그때 급한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이제는 4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차분하게 한 걸음 전진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1년 차에 팀을 어떻게 운영할 지 스케줄을 확정지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자신감도 높아졌다. 상당히 고무적이다."
-소방수의 삶은 어땠나. "지금 돌아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내가 생각한 것을 다 해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또 시작할 때부터 불안함이 함께 한다. 내가 이 대회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게 된다. 성적을 냈을 때 모습, 성적을 내지 못했을 때의 모습 모두 상상을 해봤다. 내 축구 인생이 끝나는 생각까지 들었다. 축구 인생의 1부터 100까지 전부 다 돌려봤던 것 같다.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팀을 만들어야 할 지 정말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한 것 같다. 시간이 없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소방수로서 이렇게 선택해 준 것에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
-2020년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A대표팀은 5전 5패다 보니 성적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10월에 AFC U-19 챔피언십이 있는데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스즈키컵은 성적에 크게 부담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박항서 감독님으로 인해 이목이 쏠리는 대회라서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번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내가 이 대회에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 지 도전해보고 싶다."
-팬들에게 신년인사를 부탁한다. "나는 2020년 해외 첫 생활을 한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맡았다. 첫 해는 욕심내지 않고 전체적인 발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앞으로 꾸준히 인도네시아에 적응하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인도네시아를 알아가는 과정의 해라고 본다. 파악이 되고 적응이 되면 정말 좋은 팀으로 만들고 싶다. 모두들 건강하셨으면 한다. 나 역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나는 떠나지만, 2020년 한국 축구도 더 많이 발전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