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KBO 리그 오프시즌 괴담이 고개를 들었다. 또다시 물의를 일으킨 인원이 나왔다. 야구팬은 피로가 쌓인다.
지난 4일, NC 2군 코치 A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 됐다.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A 코치가 4일 새벽에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한 지역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사건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입건 사실을 확인하고 즉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품위손상행위로 신고했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결과에 따라 코치 계약 해지 등 추후 조처를 할 계획이다.
불과 이틀 전에도 폭행 혐의로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LG 소속 선수 B가 서울 용산 경찰서에 입건됐다. 지난달 29일 오전, 술에 취해 여자친구와 다투던 중에 이 상황을 말리려던 일반인 C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B 선수가 (C씨와) 다툼이 있었던 건 확인했다. 앞뒤 정황 및 자세한 경위에 대해선 내용을파악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B 선수가 당시 술에 취해 있어 귀가 조치돼, 이번 주말 다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LG는 이미 지난해 오프시즌에도 비위를 저지른 유망주가 있었다. 거포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던 내야수 윤대영이 음주 운전을 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06%. 차를 도로에 세운 채 잠이 들었고, 순찰차 후미와 접촉하는 사고까지 냈다. 2017년에도 소속 투수가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논란을 빚었다.
선수 개개인이 프로야구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브랜드다. 연봉, 인지도, 실력이 무관하다. 개인의 실수가 소속팀뿐 아니라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수차례 확인됐다. 비활동기간은 구단이 일일이 선수를 관리하기 힘든 시기다. 선수의 사고와 심중에 '나는 공인이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어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다. 새해 첫 주부터 연달아 일어난 폭력 사태. 여전히 경각심이 부족하다.
심지어 코치 A와 선수 B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엄중하게 다루고 중징계를 내리는 '가정 폭력' 의혹도 있다. A는 부인이 직접 신고를 했다. B도 지나가던 일반인이 말릴 정도였다면 여자친구와의 다툼 수위가 심각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A 코치 사태는 구단의 지도자 선임 역량까지 의심하게 한다. 기술 향상뿐 아니라 심리 안정을 조력해야 할 코치가 가족과 경찰을 때렸다. 미혹되지 아니한 나이를 훌쩍 지나고도 추태를 부렸다. 그런 이가 지난 세 시즌 동안 한 팀에서 선수를 지도했다. 실명이 밝혀지지 않으며 애꿎은 피해자도 생겼다. 관할 경찰서, 나이만 밝혀진 시점이기에 비슷한 프로필을 가진 동료가 오해를 받기도 했다. 직접적인 피해나 다름없다.
B 선수는 최근 두 시즌 동안 1군 무대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시킨 선수다. 아직 조사 중이고 처벌 여부는 나오지 않았지만 인간으로서 평생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를 남겼다.
선수 재기도 불투명하다. 동료던 윤대영은 바로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다. 클린베이스볼 위반이 이어지면서 징계 수위가 높아졌고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적용된 시점이다. 2019년 4월에도 SK가 음주 운전을 한 소속 내야수 강승호에게 같은 징계를 내렸다. B는 일련의 추이를 눈으로 보고도 술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야구 인생을 망쳤다.
야구계가 끊이지 않고 부정적인 단어와 연관된다. 병역 논란, 팬 서비스 논란, 도박, 음주에 이어 폭행이다. 안그래도 콘텐트 경쟁력 저하에 시달리는 프로 야구가 또다시 팬들의 외면을 자초했다. KBO 리그가 800만 관중을 돌파한 이유는 가족 단위 관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닿아 있다는 얘기다. 작금의 프로야구를 부모가 보여주고 싶을까.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촬영 전날 술자리를 갖고 음주를 하는지 여부를 두고 관찰 카메라를 진행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술잔에 입은 댄 예능인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왜 술 마시는 거 가지고 그러냐. 술을 마시고 무엇을 타는 지 보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맞는 얘기다. 선수도 술을 마실 수 있다. 그러나 자제력이 없거나, 자제력이 없다는 것을 모른다면 전적으로 개인의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