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7일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입단 기자회견 중 그의 전 소속팀 SK 와이번스에 감사를 표하는 플래카드를 든 채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인트루이스 김광현(32)과 친정팀 SK의 '동행'은 계속된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첫 시즌 캠프를 앞둔 담금질을 친정팀 SK와 함께하기로 했다.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합동 훈련이다.
김광현은 지난달 18일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와 2년 최대 1100만달러에 사인했다. 2007년 입단 후 13년간 SK 한 팀에만 몸 담았던 김광현이다. 앞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세계 최고의 무대에 도전장을 던져야 한다.
다행히 세인트루이스는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팀이다. SK가 늘 캠프를 진행해 온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차로 약 한 시간 정도만 가면 되는 곳이다. 애리조나주를 베이스캠프로 삼는 팀들도 많은데, 때마침 플로리다주에서 훈련하는 팀에 입단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
김광현은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대성공을 거둔 선배 투수 류현진(토론토)과 같은 숙소를 쓴다. 과거 SK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 투수 송은범(LG)과 정우람(한화)도 이들의 훈련 동지다. 각자 훈련 스케줄은 다르지만, 든든한 선배 투수들과 서로 의지하면서 하루하루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주 정도 훈련을 마치면 한국으로 돌아와 설 연휴를 보낸 뒤 다시 1월 말 미국으로 떠나 본격적인 캠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투·포수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는 날은 다음달 12일(한국시간). 그때까지 개인 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애매했는데, 마침 친정팀 SK가 1일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캠프를 시작하게 됐다. SK 역시 김광현에게 두 팔 벌려 환영 의사를 표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히려 김광현이 '정말 그래도 괜찮겠느냐'며 합류를 망설였다는 후문이다. 자칫 캠프지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에게 쏠려 다른 동료들의 훈련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한 것이다. 그러나 SK 관계자는 "김광현은 13년간 늘 우리와 함께 훈련하던 선수다. 그가 우리 캠프에 함께 있다면 후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동기 부여도 될 수 있다"며 "빅리그 캠프에 합류하기 전 일주일 정도 우리와 훈련을 함께하면 팀 후배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빅리그에 발을 내딛는 김광현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스프링캠프다. 고교 야구의 슈퍼스타였고 데뷔 직후 줄곧 국내 최정상급 투수였던 김광현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아직 김광현의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없는 미지의 감독과 코치들에게 자신의 실력과 가능성을 직접 보여주고 기회를 따내야 한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갖고 있어 빅리그 진입은 유력하지만, 목표인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 성공하려면 시범경기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도 중요하다.
아직 5선발과 불펜 전환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는 상태다. 메이저리그 공식 매체인 MLB닷컴은 7일(한국시간) 잭 플래허티, 애덤 웨인라이트, 다코타 허드슨, 마일스 마이컬러스를 세인트루이스의 확실한 선발 카드로 분류하면서 "김광현과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다니엘 폰스더리언, 오스틴 곰버, 라이언 헬슬리가 5선발 경쟁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김광현은 마르티네스와 함께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히고 있다. 마르티네스는 2015년부터 3년간 붙박이 선발 투수로 뛰었지만 어깨 통증 탓에 2018년 후반기에 불펜으로 이동했다. 지난 시즌에는 마무리 투수로 뛰면서 24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선발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MLB닷컴이 "마르티네스의 어깨 상태가 관건"이라고 말한 이유다.
이렇게 중요한 캠프를 앞두고 김광현이 천군만마를 만났다. SK는 팀 에이스에서 메이저리그 투수로 거듭난 김광현이 최대한 편한 환경에서 새 시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세인트루이스 입단식 때 '땡큐 SK'라는 작은 팻말을 직접 준비했던 김광현 역시 올 시즌 좋은 모습으로 친정팀의 명성을 드높이겠다는 각오다. 그야말로 상부상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