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렉센의 강점은 높이다. 프로필상 키가 190cm로 작지 않다. 키만 큰 게 아니라 신체조건을 잘 활용한다. 트래킹 데이터 제공 업체 트랙맨에 따르면 뉴욕 메츠에서 뛴 프렉센의 2019시즌 상하 릴리스 포인트는 최대 209cm(평균 199cm)다. 키가 207cm인 전 농구 선수 서장훈의 정수리 높이에서 공이 발사되는 셈이다.
이번 겨울 새롭게 영입된 외국인 투수 중 압도적이다. 상하 릴리스 포인트가 최대 2m를 넘는 선수는 닉 킹엄(SK·204cm) 애런 브룩스(KIA·204cm) 그리고 프렉센 정도다. 킹엄과 브룩스는 키가 각각 196cm와 193cm로 크다. 조금 더 작은 프렉센은 두 선수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공을 던진다. 키가 205cm로 지난해 KBO 리그 최장신이었던 브록 다익손(전 롯데)의 상하 릴리스 포인트가 203cm이라는 걸 고려하면 프렉센의 높이는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KBO 리그에선 타자와의 승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기'다. 스트라이드를 비롯한 다른 부분도 고려해야지만 타자가 느끼는 체감 구속을 높일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A 구단 데이터 분석 관계자는 "릴리스 포인트가 높은 투수는 희소하다 보니 낯설다는 이점이 작용한다"고 했다. KBO 리그에선 상하 릴리스 포인트가 2m인 투수가 거의 없다. 릴리스 포인트가 높은데 빠른 공까지 던지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두산과 KT에서 뛰며 8년(2011~18)을 롱런한 더스틴 니퍼트다. 키가 203cm로 컸던 니퍼트는 상하 릴리스 포인트가 높았고 시속 150km 빠른 공을 앞세워 리그 역사상 외인 최다인 102승을 따냈다. SK 외야수 김재현은 "타석에 들어서면 니퍼트의 공은 타자 입장에선 앞에서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눈앞에서 공을 놓는 느낌이니 체감 구속이 빠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니퍼트와 달리 다익손은 상하 릴리스 포인트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평균구속이 시속 145km 정도로 빠르지 않았다. 힘으로 타자를 찍어 누를 경우 릴리스 포인트가 더 많은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불가능했다. 그런데 프렉센은 상황이 다르다. 유형은 니퍼트에 가깝다.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19시즌 프렉센의 패스트볼 구속은 평균 94.3마일(151.7km), 변화구 중 구사 비율이 가장 높았던 체인지업의 구속은 평균 88.1마일(141.7km)로 빠른 편이었다. 두산 관계자는 "선수와 얘기해보니 최고구속은 시속 157km, 선발 때는 평균시속이 150~51km 정도가 나온다고 했다"고 말했다. 높이와 구속을 모두 갖췄다.
상하 릴리스 포인트가 높다는 건 좋은 투구 각을 만들 수 있는 배경이다. 각이 크면 타자가 휘두르는 배트에 공이 점과 점으로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면과 면이 부딪혔을 때보다 좋은 타구가 나오기 힘들다. 빗맞는 경우가 잦아 파울이 늘어난다.
A 구단 데이터 분석 관계자는 "보통 릴리스 포인트가 높은 투수는 종으로 움직임이 좋은 구종을 조합해 사용하면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극단적인 12시 오버핸드 투수의 빠른공과 커브 조합이다"고 했다. 프렉센은 2019시즌 커브 비율이 3.6%로 낮았다. KBO 리그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투구 레퍼토리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일관성이다. 기록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는 프렉센에 대해 '매우 불규칙한(very erratic) 릴리스 포인트를 가진 경향이 있다'고 했다.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다는 건 자칫 컨트롤 불안과 연결될 수 있다. 좋은 무기를 얼마나 더 위력적으로 쓸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일단 두산의 기대는 크다. 미국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밀워키)을 대신하기 위해 뽑은 선수가 프렉센이다. 두산은 '큰 신장과 높은 타점을 바탕으로 위력적인 직구 각이 형성된다'며 '구속도 빠르고 회전력도 좋아 볼 끝의 힘이 있고 좌우 코너워크가 된다. 전체적으로 투구 메커니즘이 안정적이고 손끝 감각이 좋은 투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