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원조 코미디 장인이다. 타고난 입담은 죽지 않았고, 특유의 능청스러운 매력도 활활 부활시켰다. B급 감성 충만한 영화 '히트맨(최원섭 감독)'을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 정준호는 다소 오글거릴 수 있는 대사, 행동 하나하나를 '정준호식'으로 표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예능에 출연하기 위해 영화를 선택했나 싶을 정도로 홍보 활동에도 여념이 없다. 이미 MBC '라디오스타'를 뒤집어 놨고,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 등 홍보 투어에 빠짐없이 참여 중이다. 유명한 인지도에 호감도까지 새롭게 얹었다.
이하정 아나운서와 결혼 후 조용히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 나가는 모습도 정준호를 새삼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과거 끝없는 '정치 입문설'에 휩싸였지만 정준호의 표현처럼 '했다면 벌써 5선 의원'을 했어도 넘을 시간이다. 이제 정준호에게 정치는 진중하게 말해도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 있는 예능적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전국 100여 개의 홍보대사를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속내. 시간이 지나봐야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차근차근 꾸준히 제 나름의 생활 방식을 지켜 온 배우 정준호는 존중받아 마땅한 인물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다. "특별출연한 '인천상륙작전' 이후 영화로는 3~4년 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다. 2020년도 새해 첫 설 연휴 개봉작으로 만나뵙게 돼 기쁘다. 특히 우리 영화는 코미디 장르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 주인공 준(권상우)은 다양한 사건 사고를 겪지만 결국 '소중한 가정을 지키는 것'이 단 하나의 꿈이다. 전 연령층이 격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 더 남다르다."
-현장은 어땠나. "정들었던 스크린에 돌아왔지만 상당히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최저 임금, 최저 노동시간 등 사회 규범이 적용되면서 '다소 경직돼 있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기도 했다. 근데 현장에 계신 분들은 그것에 또 적응을 하더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빠르게 대처하는 것에 타고난 것 같다.(웃음) 나는 느긋느긋한 스타일인데 최대한 맞추려 노력했다."
-원조 코미디 장인으로 코미디 영화를 택했다. "어떤 장르보다는 시나리오에서 느껴진 '신선함'이 컸다. 사실 처음엔 3~4번 보고도 스토리가 잘 이해가 안 갔다. 중·고등학생이 즐겨보는 만화 같은데 어느 면에서는 또 영화더라. 톡특한 장르를 넘나드는 구조가 좋았고, 신인 감독님이 이런 것을 시도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첫 미팅 자리에서 바로 출연 결정을 했다."
-코믹 연기는 어땠나. "예전보다 속도감이 확연히 빨라졌다. 스스로 따라가지 못하면 외딴섬에 혼자 남겨지게 될 것 같더라. 예전 내 방식대로 했다면 '그래, 저게 정준호 매력이지'라면서 좋게 봐주셨을 수도 있지만, 당장은 그것의 장점을 뽑아 요즘 호흡에 맞춰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뒤에서 많이 배우고 양보했다."
-속된 말로 '나 때는 말이야~'를 읊게 됐을 것 같은데. "옛날엔 누가 제약하고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은연 중에 선배가 애드리브를 먼저 칠 수 있도록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그 하나로 1년을 먹고 사는 분들도 많았으니까. 하하. 근데 요즘엔 그냥 바로 바로 막 치더라. 순발력과 민첩함이 장난 아니다. 밀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일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막상 현장에 가서 하려고 하면 '너무 나서는 것 아닌가' 걱정이 앞섰다. 이제와서 뭐 좀 해보겠다 하는 것 같아서."
-신경 쓸 것들이 많아진 탓일까. "있는 듯 없는 듯 묻혀가되 '밥값 정도는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내가 연기와 사업을 병행하고 있지 않나. 살아보니 사회적으로 연륜이 있는 선배들은 어느 정도 위치가 되고 경력이 되면 적당한 선에서 눈치껏 아래 위 조율을 하며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론 절제하고 양보하는 선배가 더 멋져 보이기도 한다. 물론 본업을 적당히 잘 한다는 전제 하에. 그래야 계속 찾아 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