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의 추후 거취가 모호해졌다. 일부에서는 손 회장이 오는 7일 우리금융그룹 정기이사회에서 입장을 내놓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임 강행이냐, 포기냐… 갈림길 선 손태승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7일 예정된 우리금융 정기이사회에서 손 회장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대규모 원금손실을 부른 DLF 사태와 관련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손 회장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최종 결재권자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중징계 처분을 확정하면 손 회장은 향후 3년간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어 지주 회장 연임이 무산될 수 있다.
당장 오는 3월 24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날 임기가 만료되는 손 회장은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앞서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손 회장을 임기 3년의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제재 관련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남은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3월 초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이 3월 주총까지 제재 효력을 미루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 회장에게 최종적으로 남은 수단은 소송이다. 소송으로 제재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걸어 주총 전까지 인용 결정을 받아낸다면 연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살기 위해 조직을 어려움에 부닥치게 한 모양새가 돼 손 회장으로서는 법적 소송을 선택하는 일이 쉽지 않다. 또 이 경우 금감원과의 관계 악화는 불가피해진다.
지주 회장? 은행장?…대안 없는 우리금융
우리금융은 손 회장이 중징계를 받는 상황에 대비라도 한 듯 제재심 전날(29일) 열린 우리은행장 후보 추천 일정을 제재심 다음날인 31일로 미뤘다.
하지만 이날도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 선정이 미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새로운 여건 변화에 따라 후보 추천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지주 회장직을 잃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새로운 여건 변화’라고 해석하면서 손 회장이 현재 겸임 중인 우리은행장직이라도 유지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손 회장은 은행장직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하고 이미 차기 은행장 최종후보군(쇼트리스트)까지 발표할 정도로 선정 작업을 진행한 상황이었다.
우리금융에 있어서 손 회장이 지주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손 회장이 물러나게 되면 차기 지주 회장을 선정해야 하는데 우리금융그룹 내에 차기 인재 후보군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주 체제로 전환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우리금융으로서는 다른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거치며 경영 능력이 검증된 인재를 지주 회장 자리에 앉힐 여건이 안 된다.
지난해 금감원이 손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했음에도 손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한 데에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라는 얘기도 나왔다.
게다가 우리금융이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지주 회장을 먼저 뽑고 나중에 은행장을 선임하기 위해 이번에 차기 은행장 후보 선정 일정을 연기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은 현재로써 중징계 결정을 수용해 연임을 포기할 것인가, 불복하고 연임을 강행할 것인가 갈림길에 섰다”며 “당국에서는 우리금융의 대응책이 마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이사회의 판단을 기대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