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하나은행 창구를 이용하기 위해 뽑은 온라인 대기표 상황. 연 1%대 이자가 만연한 ‘초저금리 시대’ 속에서 하나은행이 연 5%라는 파격적인 금리의 적금 상품을 내놓으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는 경기 둔화로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서민 금융 심리가 팍팍해졌다는 씁쓸한 이면이 자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나은행의 대박 난 ‘5% 적금’ 5일 '하나 더 적금'으로 접속자가 몰린 하나은행 앱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은행 명칭에서 ‘KEB’를 떼고 새 출발 하는 것을 기념해 연 5%대 적금 상품인 '하나 더 적금'을 단 3일간 내놨다. 이에 하나은행 모바일 앱은 하루종일 접속이 지연되고 은행 창구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하나은행을 주거래로 사용하고 있다는 인모 씨는 “어제(4일) 5% 적금 대란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볼 일이 있어서 하나은행에 갔는데 대기가 100명이 넘어서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며 “결국 오늘 5% 적금 계좌를 앱으로 5분도 안 돼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하나 더 적금’의 가입 금액은 3773억1672만1814억원, 가입 계좌 수는 136만2287로 집계되며, 100만좌를 돌파했다. 적금 특판상품이 사흘 만에 3000억원을 넘게 끌어모은 것은 최근 찾아보기 힘든 실적이다.
해당 ‘하나 더 적금’은 1년 만기 상품으로 기본금리 연 3.56%에 하나은행 입출금통장으로 자동이체 등록 시 1.25%p, 온라인 채널을 통한 가입 시 0.2%p 추가 금리를 제공한다. 판매 기간은 이날 오후 5시까지 단 3일간이다. 가입금액은 10만원 이상 30만원 이하다. 별도의 가입 한도가 없으며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최대한도인 매달 30만원을 1년간 넣었을 경우 최고 이자는 세후 8만2650원(세전 9만7695원)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요즘 이런 상품이 드물어서 고객이 몰린 것 같다”며 “계좌에 묵혀둘 수준의 돈 30만원을 적금에 넣으면 1년에 이자 8만원 정도가 붙는 거니 부담이 없었던 것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저금리 속 눈에 띄는 ‘고금리’ 상품 돌풍…씁쓸한 현실
티끌을 모아야 산다는 요즘의 ‘짠테크 시대’ 속에서 ‘하나 더 적금’ 돌풍은 당연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계좌개설 고객 1000만명 돌파를 기념해 내놓은 총 100억원 한도 연 5% 정기예금이 단 1초 만에 완판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SBI저축은행도 지난해 모바일 플랫폼 ‘사이다뱅크’ 출시를 기념해 선착순 5000명을 대상으로 보기 드문 연 10% 고금리 적금 특별상품을 내놨는데, 판매 시작 2시간 21분 만에 완판됐다.
지난해 10월 핀테크 플랫폼 기업 ‘핀크’가 KDB산업은행과 협업으로 내놓은 연 5% 고금리 적금 ‘KDB xT high5 적금’은 약 3개월만에 누적 가입자가 7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핀크 ‘T high5 적금’은 우대 금리 조건을 채우면 최대 2년 동안 35만원씩 적금해 2년 후 원금 840만원에 이자 43만7500원을 받을 수 있어 앞서 선보였던 DGB대구은행과 협업한 T high5 적금의 인기를 이어갔다.
핀크 관계자는 “핀크 T high5 적금은 같은 5%대 고금리 적금이어도 만기 시 실 혜택이 가장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품들에 고객이 몰리는 데는 ‘초저금리 시대’라는 배경이 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의 1년 만기 기준 적금 금리는 연 1.20~2.40% 수준이고, 예금금리도 1년 기준 1.0~1.5% 선이다. ‘고금리’로 고객을 끌어모으던 저축은행 예금금리도 평균 연 2%대가 무너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고금리 특판 적금이 나오니 더 반응이 뜨거웠다”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같은 고금리 투자에 대한 경계심리도 높아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고객들의 현실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