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방송계에서 ‘JTBC골프 대세론’이 나온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중계권이 올 들어 SBS골프에서 JTBC골프로 넘어가면서다.
JTBC골프는 KPGA 코리안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유러피언투어에 이어 PGA투어까지 빅5 투어 중 4개를 중계하게 됐다. 게다가 세계 메이저대회 중계권 9개 중 8개를 확보했다. 반면 SBS골프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와 메이저대회 1개에 불과하다. “JTBC골프가 한국의 메이저 골프방송사 자리에 올랐다”는 ‘대세론’이 나온 배경이다.
중계권과 함께 주요 인력이 따라 움직인 것도 대세론에 힘을 더한다. SBS골프에서 활동하던 장활영 해설위원이 JTBC골프로 옮겼다. 또 KLPGA투어를 중계하던 임한섭, PGA투어를 중계하던 강한서 캐스터도 이직을 택했다.
스타 PD도 자리를 옮겼다. 국내 제작 골프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임진한의 터닝포인트(2019년 시즌 3 전국투어 편 0.692%)’를 연출한 김지훈 PD가 JTBC골프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임진한 프로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김 PD는 올해 시즌 4를 제작하며 주가를 올리는 상황에서 이직을 선택해 화제가 됐다.
골프방송 전문 외주제작사의 한 PD는 “인기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김 PD가 경쟁사로 옮겨 갔다는 자체가 JTBC골프 대세론의 방증”이라며 “PGA투어 중계권이 JTBC골프로 넘어간 후 골프방송 무게중심이 순식간에 기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임한섭 아나운서의 이직도 화제다. 그는 2001년 SBS골프에 캐스터로 입사, 19년 동안 주요 투어를 중계했다. 주목할 부분은 그가 주로 KLPGA투어 중계를 담당했다는 점이다. JTBC골프가 KLPGA투어 중계권까지 가져오겠다는 계획을 세웠음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탓인지 SBS골프의 한 직원은 “KLPGA투어 중계권마저 빼앗기면 회사 존립이 위태로울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SBS골프는 PGA투어 중계방송 이탈로 콘텐트가 줄었다. KLPGA투어가 개막하는 3월 말까지 부족한 방송 프로그램을 다양한 콘텐츠로 메워야 한다. 현재 단발성 프로그램 제작이 간간히 이뤄지는데 장기적인 대안이 아니라 미래가 불투명하다. 당연히 SBS골프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됐다. JTBC골프로 옮겨간 동료들을 향한 시선에 부러움이 가득한 것도, JTBC골프 경력직 인재 채용 여부에 이목을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달리 SBS골프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BS골프 관계자들은 “KLPGA투어와 마스터스 중계권이 있고, 자체 프로그램 제작으로 방송 편성이 어렵지 않다. 오히려 중계권에 들어가는 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트를 개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JTBC골프는 다양한 계획을 밝히며 독주체제 강화에 나섰다. 먼저 중계방송 독점에 대한 시청자의 우려를 ‘듀얼 채널 전략’으로 해소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PGA투어와 LPGA투어 대회가 겹치면 JTBC골프, JTBC3 Fox Sports 채널이 각각 중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미국 골프채널을 보유한 디스커버리와 협업해 골프&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콘텐트를 생산, 볼거리를 늘려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