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5위 NC가 더 높은 위치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이유. 간판 타자인 나성범(31)이 복귀했기 때문이다.
나성범은 지난해 5월3일 KIA전에서 환희와 좌절을 동시에 겪었다. 역대 91번째로 개인 통산 1000안타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어진 주루에서 슬라이딩을 하다가 오른 무릎을 다쳤다. 현장에서도 '큰 일'을 직감한 부상이었다. 십자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고, 수술을 했다. 시즌 종료 뒤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노리던 상황. 악재가 생겼다. NC도 중심 타선의 응집력이 크게 약해졌다.
9개월이 지났다. 복귀 시동을 걸었다. 나성범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 투손 레이드 파크에서 진행 중인 NC의 스프링캠프 두 번째 파트(3일 훈련, 1일 휴식)에서 배팅 훈련에 돌입했다. 디딤발에 무리가 가면 바로 이전 재활 단계도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8일(한국시간) 확인한 그의 몸상태는 문제가 없었다. 땅볼을 잡는 훈련도 소화했다. 수비나 주루 과정에서 나오는 제동이 부상 부위 재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단계는 천천히 들어간다.
직접 만난 나성범은 "그동안 개인적으로 재활만 했다. 동료들과 함께 호흡을 하니 너무 기쁘다. 그리웠다"는 속내를 전했다. 평생하던 야구지만 처음으로 장기 재활기가 있다. 일상이 그리웠다.
개막 엔트리 합류는 장담할 수 없다. 이동욱 감독도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선수는 KIA와의 2020시즌 개막전에 서기 위해 대차게 준비했다. 한 때 112kg로 늘었던 몸무게를 105kg까지 뺐다. 지방만 줄이고, 근육량은 늘렸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고질적인 부상 부위를 안고 시즌을 치른다. 완벽하게 재활을 하려면, 2020시즌도 쉬어야 할 것이다. 나는 후반기 복귀가 아닌 개막전에 나서고 싶다"고 했다.
재활에 대해서는 "정말 다시는, 다시는 하면 안 되는 일이다. 최악이다. 특히 무릎 부상은 더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표정에서 지난 9개월 동안 겪은 인내와 고뇌가 전해졌다. 무엇보다 가족 걱정이 컸다. 수술을 받기 직전에는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아내 탓에 자신이 더 당황했다고. 아들 정재군은 야구장에 발걸음을 끊었다. 부상을 당한 경기에 직접 방문했다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아빠를 직접 봤다고 한다.
나성범은 "내가 야구장에 갈 수 없으니, 아들도 관람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더라. 솔직히 그 전에도 나를 보러 오는지는 몰랐다. 새삼 다 컸구나 싶었다. 아내와 '다시는 다치지 말라고, 지난해 그런 일이 있던 것이다. 2019년은 잊자'고 했다. 아들도 '이제 다시 야구장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 가족을 위해서라도 다시는 다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C를 향한 높아진 기대치에 대해서는 자신이 이유를 되물었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이적 2년 차를 맞고, 백업층의 기량과 경험이 늘었다. 젊은 투수진도 마찬가지. 이런 상황에서 나성범까지 복귀했기에 공수가 탄탄해진 것으로 평가 받는다.
나성범은 "(양)의지 형을 중심으로 좋은 팀이 된 것 같다. 정말로 나만 잘 하면 될 거 같다. 외인도 평가가 좋다"며 웃었다. 이어 "우승하기 정말 힘들다. 2016시즌에 두산에 4연패를 당하지 않았나. 정말 민망했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개인사는 조심스럽다. 메이저리그 진출 얘기다. 새 외인이자 메이저리거 출신이 새 외인 마이크 라이트가 그를 향해 '나성보라스'라고 별명을 지어줬다. 미국에서 야구를 하는 선수들 사이에도 보라스 사단은 악명이 높다. 나성범이 코퍼레이션 소속인 점을 인지하고, 그의 이름 세 번째 글자를 연결해서 별명을 지어준 것. 나성범의 도전은 예견된 수순으로 여겨진다.
나성범은 1년 전, 조심스러운 자세 속에서도 빅리그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2019시즌 부상 여파는 그의 사고를 바꿔놓았다. 부상으로 인해 애착이 컸던 연속 시즌 기록이 깨졌다. 동시에 과거 성과를 잊었다. 합당한 단계를 거치려 한다. 그는 "무릎 부상을 완전히 다스리고 정상적으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나 도전할 수 있다"며 "우선 팀 성적이 좋아야 하고, 나도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빅리그)도전을 축하 받을 수 있도록 인정 받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