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모두 본선 진출에 실패했던 한국이 드디어 올림픽 코트에 복귀한다. 12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를 밟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뒤따랐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역예선을 통과해 최종예선에 올랐으나 첫 경기부터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3위 스페인에 대패하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B조에 속한 팀들 중 객관적인 전력에서 다퉈볼 만한 팀은 18위 영국뿐. 목표대로 영국을 잡긴 했지만 주전 6명만 기용하고 그 중 3명이 풀타임을 소화했던 탓에 체력적 부담을 안고 최종전에서 중국에 또다시 60-100, 40점차로 대패했다.
계획대로라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B조 4개 팀 중 3개 팀이 본선에 진출하는 만큼 1승만 거둬도 자력으로 티켓을 가져올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차전에서 중국(8위)이 조 1위 후보였던 스페인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위기가 찾아왔다. 이미 자력진출은 물건너 가고 스페인-영국전의 결과에 따라 본선행이 결정되는 상황. 만약 영국이 스페인을 잡는 이변을 한 번 더 일으켰다면 한국은 1승2패를 거두고 탈락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뻔했다. 다행히 이어진 경기에서 스페인이 영국을 82-79로 꺾어 한국의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도쿄올림픽 본선에는 개최국 일본과 FIBA 월드컵 우승국 미국을 비롯해 중국, 스페인, 호주, 벨기에, 푸에르토리코, 세르비아, 캐나다, 프랑스, 나이지리아, 그리고 한국까지 총 12개 팀이 출전해 메달을 두고 경쟁한다. 본선 조 추첨은 오는 3월 21일 진행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밟게 된 올림픽 무대는 선수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세계 농구계에서 한국의 전력은 나날이 뒤처지고 있고, 본선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1승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최종예선만 해도 영국전에 '올인'하느라 선수 기용 논란이 불거졌는데, 체력 부담을 안고서도 끝까지 뛰어 기적을 만든 선수들의 투혼이 아니었다면 본선 진출은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나 본선에선 더이상 선수들의 '투지'만으로 싸울 수 없다. 우리보다 랭킹이 높은 세계 10위권 팀들을 상대로 조별리그에서 최소 1승 이상을 거둬야 8강에 오를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와 폭넓은 선수단 구성이 필요하다. 높이 차이는 어쩔 수 없다지만, 박지수(22·KB) 한 명이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지는 현상은 지양해야 한다. 주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줄 수 있는 최종 엔트리 명단을 만들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해결하기엔 쉽지 않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