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크랍 폭스바겐 사장이 지난 6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신형 투아렉 신차 발표회에서 신형 투아렉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입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공포 확산에도 신차 발표회를 강행하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부터 세단, 에디션 모델까지 내놓는 신차의 종류도 다양하다. 잇따른 조업 중단으로 국내 완성차의 인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신차 출시를 강행,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도 신차 행사 ‘봇물’
10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1위 메르세데스 벤츠는 오는 12일 서울 성수동에서 '더 뉴 A-클래스' 세단과 '더 뉴 CLA' 출시 행사를 개최한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가 퍼지고 있지만, 질병관리본부 예방수칙을 준수하면서 행사를 진행하고 현장에 마스크와 손 소독기 등을 배치할 것"이라며 "(이번 행사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차질 없이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벤츠는 마스크 비치와 더불어 행사 진행 요원에게는 장갑을 지급하고, 식사는 도시락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오는 14일에는 일본계 자동차 업체인 토요타가 '스포츠 에디션 캠리 XSE'를 서울 강남 토요타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토요타코리아 관계자 역시 "이번 행사는 사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포토 세션"이라며 "행사 취소는 예정돼 있지 않다. 행사장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을 비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는 18일에는 BMW가 '신형 1시리즈'와 '2시리즈'를 잇달아 선보이며 신차 경쟁 대열에 합류한다. 역시 예정대로 진행된다.
이달 들어 수입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는 봇물이 터지고 있다.
앞서 애스턴마틴, 재규어랜드로버, 폭스바겐 등이 각각 신차를 발표한 바 있다.
애스턴마틴 공식 수입원 기흥인터내셔널은 지난 5일 서울 남산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브랜드 최초 SUV 모델 'DBX' 출시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준대형 SUV '더 뉴 투아렉'을 공개했다. 같은 날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고급 준중형 SUV 랜드로버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선보였다.
국산차 업계는 생산에 ‘골머리’
수입차 업체들이 신차 발표회를 강행하는 이유는 한결같다. '연초 계획했던 신차 발표 계획에 따라 변경 없이 진행할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신차 일정을 앞당긴 업체는 없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가 퍼지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이 몰리는 신차 출시 행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과 마트의 경우 확진 의심자가 들리기만 해도 폐쇄되는 상황"이라며 "자칫 신차 발표회에 확진자가 다녀가거나 발생할 경우 업체 입장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수입차가 신차 출시행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는 연초 저조한 수입차 판매량을 꼽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1만7640대로 전년(1만8198대) 동기 대비 3.1% 줄었다.
문제는 국내 완성차 업계다. 수입차가 앞다퉈 신차를 출시하는 와중에 생산에 제동이 걸리며, 점유율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11일부터 2~3일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 4일부터 공장가동을 중단한 현대차와 쌍용차와 같은 이유다. 중국에서 건너오는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 재고가 소진이 임박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산에 의존하는 와이어링 하니스는 차량 내부의 각종 전기장치에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전선 묶음이다. 특별한 제조기술이 필요한 부품은 아니지만, 많은 수량의 전선을 차체 내부의 구조에 따라 묶고 구부려 고정해야 한다. 따라서 자동화는 한계가 있고 수작업을 해야 한다. 인건비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대부분이 중국에서 건너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르노삼성은 중국업체의 부품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2∼3일 정도 휴업한 이후 공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국내와 동남아 등에서 부품 조달을 확대하고 협력업체의 중국 생산 재개 시 부품 조달에 드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등 생산 차질이 최소화되도록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신종 코로나 사태 악화로 중국 부품공장이 휴업을 재연장할 가능성도 있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휴업도 함께 길어질 수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완성차 업계는 부품 부족현상에 수입차의 신차 공세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