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한용덕(55)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맞이한 2018시즌에 정규리그 3위에 올랐다. 시즌 전까지는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5월부터 상위권으로 진입한 뒤, 전반기를 2위로 마쳤다. '저러다가 내려올 것이다'는 시선을 비웃었고,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 시즌 만에 추락했다. 2019시즌은 9위로 마쳤다. 개막 직전에는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가 이적을 요구하는 일탈을 했다. 팀 분위기를 흔들렸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은 개막 다섯 경기 만에 무릎 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접었다. 2018시즌 성공을 이끈 젊은 투수들도 부진했다.
감독은 계약 마지막 시즌이고, 주축 선수들은 현역 황혼기다. 재도약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의 분위기는 좋다. 신임 주장 이용규가 열정적이다. 젊은 선수들과 밀도 있는 스킨십을 하고 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팀 세리모니를 만들어서 내부에 정착시켰다. 3년 차 정은원부터 최고참 김태균까지 전년 대비 상승한 활력에 고무됐다.
그러나 10구단 모두 새 출발을 하는 이 시기에는 의욕이 넘친다. 분위기가 안 좋은 팀이 드물다. 한화의 차기 시즌에 대한 전망이 밝지는 않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마무리투수 정우람, 간판타자 김태균은 잔류했지만, 전력 보강이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사령탑은 한화가 다시 한번 리그를 놀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으레 내비치는 자신감이 아니다. 한용덕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개개인의 동기 부여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기대할만한 시즌이 될 것이다"며 구체적으로 생각의 배경을 전했다.
팀의 구심점이 되어야 하는 고참급 선수들부터 언급했다. 한 감독은 "(김)태균이는 자신의 말처럼 도전을 선택했다. (FA)계약은 했지만 온전히 만족할 순 없을 것 같다. 스스로를 몰아붙여서 가치를 증명하려는 의지가 커보인다"고 했다.
몸값, 기간 등 조건을 두고 견해차가 컸던 김태균은 스스로 1년 계약을 제시했다. 실력과 노쇠화를 의심을 받은 리그 대표 타격 기계. 한 감독은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개인의 의지가 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 것.
이용규와 송광민을 향한 기대도 크다. 두 선수 모두 내적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전력이 있다. 한 감독은 "(송)광민이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진지 모드다. 전에 없던 모습에서 달라지려는 의지가 보인다. (이)용규도 지난 시즌을 뛰지 못해 동료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큰 것 같다. 두 베테랑 모두 달라진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잡은 고참들이 개인 성적뿐 아니라 클럽하우스의 활력까지 향상시키려는 의지가 두드러진다. 사령탑은 이러한 변화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가볍게 보지 않았다.
새 출발을 하는 이적생도 언급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투수 장시환,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포수 이해창과 외야수 정진호 그리고 전 소속팀에서 방출된 내야수 최승준과 외야수 김문호 얘기다.
몇몇 선수는 이전보다 출전 기회가 늘어났다. 외야수들은 아직 주전이 정해지지 않은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한 감독은 "새 소속팀에서 새 출발 하는 각오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몇몇 선수는 한 차례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더 그럴 것 같다"고 했다. 장종훈 수석 코치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캠프 명단에서 11명이 새 얼굴이다. 이적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열의가 전해진다. 야수진은 그들의 가세가 큰 힘이 될 것이다"는 견해를 전했다.
물론 사령탑이 선수의 기운에만 기댈 리 없다. 한 감독도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동기 부여가 크다. 그는 "하늘과 땅을 모두 경험한 지난 두 시즌을 자양분으로 삼겠다. 이번 캠프는 지난 두 번보다 선수단의 몸 상태가 훨씬 좋다. 나도 신중하게 운영 구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감과 기대감이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