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라이스 전북 감독과 이동국. 사진=전북 제공 전북 현대는 누구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심이다.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대회인 ACL이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본선 일정에 돌입했다. 전북은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를 맞아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치른다. 볼 거리는 수두룩하다. 한일 양국 축구팬들에겐 초미의 관심사인 '한일전'인데다 나란히 자동차 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두 팀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새 시즌 첫 경기를 통해 전력을 가늠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K리그1 MVP 김보경을 비롯해 쿠니모토, 무릴로, 벨트비크, 구자룡, 오반석, 조규성 등 굵직한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한 '1강' 전북의 위력을 확인할 기회인 셈이다.
전북은 이번 시즌 ACL 도전에 거는 기대와 각오가 남다르다. 비시즌 때부터 2020년 ACL 우승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준비해왔던 팀이 바로 전북이다. 아직 그 어느 팀도 이루지 못한 K리그 4연패 도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시아 정상을 되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에 내부적인 공감이 이뤄졌다. 3연패 이후 곧바로 전력 보강에 나서 겨울 이적시장을 진두지휘한 이유도 ACL에 있다. 전북은 그만큼 ACL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ACL 우승은 K리그 1강 전북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기 위해 필수적인 통과의례다. K리그 중하위권을 맴돌던 전북이 '1강'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15년 정도다. 최강희 감독이 전북에 부임해 2005년 FA컵을 시작으로 차근히 발판을 만들고,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려 2009년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후 전북은 11년 동안 7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순위표의 가장 높은 곳에 서지 못했을 때도 준우승 2번, 3위 2번을 기록하며 3위권 내의 성적을 지켜냈다. 화끈한 공격력으로 상대 골문을 초토화시키는 '닥공' 브랜드를 탄생시켰고 유니폼에 일곱 개의 별을 붙였다. 최근 10여년의 역사에서 전북을 앞지를 수 있는 팀은 K리그 내에 전무했다. 지난 시즌 같은 현대가(家)의 울산 현대가 대항마로 떠올랐지만, 마지막 한 경기에서 순위가 뒤바뀌어 또다시 전북 천하가 이어졌다.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북의 시대, 하지만 K리그에 '왕조'를 구축한 주인공인 전북은 리그 1강에서 만족할 생각이 없다. 매 시즌 '폭풍영입'으로 이적시장마다 화제의 중심에 서는 이유는 리그를 제패하기 위한 목적 하나만은 아니다. 보다 큰 목표, 언제나 품고 있는 전북의 갈망은 아시아 정상 복귀다.
지난 2006년 ACL 우승 당시 환호하는 전북 선수단. 연합뉴스 제공 전북이 ACL 정상에 올라 '아시아 최강'의 짜릿한 맛을 처음 본 건 2006년이다. 당시 전북은 드라마를 거듭 써내려가며 극적으로 결승까지 올라 알 카라마(시리아)를 꺾고 창단 후 처음으로 ACL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팀이 된 기쁨은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출전으로 우승팀 프리미엄까지 톡톡히 누렸다. 특히 ACL 우승과 클럽월드컵 출전은 모기업인 현대자동차에 축구단의 가치를 알리고 투자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전북이 ACL에서 다시 한 번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진 꼬박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011년 결승까지 오르긴 했으나 우승컵을 가져오지 못했고 그 외에는 8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좀처럼 다시 손에 잡히지 않는 우승컵에 대한 간절함을 겨우 푼 것은 2016년, 결승에서 만난 알 아인을 꺾고 정상에 복귀하면서다. 10년 만의 우승을 달성한 전북은 다시 한 번 클럽 월드컵 무대를 밟으며 아시아 정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시즌 첫 공식전이자 ACL의 첫 단추를 끼우는 요코하마전은 그래서 중요하다. 올 시즌 목표로 '아시아 챔피언'을 천명한 전북은 요코하마전을 통해 얼마나 더 강해졌는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11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요코하마는 좋은 팀이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다. 양 팀이 모든 것을 쏟아붓겠지만 결국 승리는 우리 차지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