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방탄소년단은 세계 최고의 보이그룹으로 우뚝 섰고,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9일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비(非)영어 영화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당일 열린 '기생충' 축하 파티에는 수많은 현지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그룹 A.C.E(에이스)가 K팝 공연을 꾸몄다. 방탄소년단의 'DNA'와 '페이크 러브'를 커버했고 H.O.T.의 노래도 선곡했다. 해당 영상은 각종 SNS에 올라와 한류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파티에 참석한 해외 관계자는 "한국 영화가 상을 받고 K팝 공연을 보는 한류의 밤"이라고 적었다.
미국 CNN은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서구에 완전히 들어왔다고 봤다. "'기생충'은 서양에서 주목하는 한국 문화의 최근작일 뿐"이라면서 "한국의 음악, 메이크업, 패션 등은 해외에서 존재감을 보인지 오래다. 보그와 엘르 등의 패션지는 정기적으로 한국 미용 제품을 특집으로 다룬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K팝은 비주류에서 벗어나 '투나잇 쇼' '굿모닝 아메리카' 등에서 소개된다. 방탄소년단은 현재 세계에서 제일가는 남성 그룹으로 셀레나 고메즈, 아리아나 그란데, 숀 멘데스 등의 미국 인기 가수들을 제치고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상도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 정부는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문화 수출의 순전한 힘과 잠재력을 인정했고, 이것이 소프트 파워의 매개체이며 국가의 명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보고 이러한 문화적 확장을 지지해 왔다"며 국가 차원의 지지도 언급했다. - 음악 전문 매체 MTV는 '미국의 비평가들은 왜 봉준호 감독은 좋아하면서 왜 방탄소년단은 배쳑하나'는 기사를 올렸다. 실제로 '기생충'은 북미 4대 비평가협회상이라 불리는 전미 비평가협회(작품상, 각본상), 뉴욕 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 LA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시카고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에서의 주요 부문 수상은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미국 배우조합(SAG), 미국 작가조합(WGA), 미국 미술감독조합(ADG), 미국 영화편집자협회에서 주는 최고상들을 잇달아 수상했다. LA 타임스의 영화 평론가 저스틴 창은 "다크호스 중의 다크호스"라고 했고, 포브스는 “'기생충' 이야말로 올해 최고의 영화이자 가장 신랄하고 통렬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서도 제외됐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피처링을 맡은 미국 가수 할시는 "방탄소년단은 많은 부문에서 후보에 오를 만했다. 그러나 나는 방탄소년단이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놀라지 않았다. 미국은 매우 뒤쳐졌다"며 지적한 바 있다.MTV는 젊은 여성층이 대부분인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를 보는 서구 언론들의 편협한 시각에서 방탄소년단이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음악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과 봉준호 감독은 의도적이거나 아니거나 아시아 미디어에 대한 백인들의 오랜 편견에 도전하고 있다. 오늘 날 가장 영향력있는 예술작품을 만들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둘의 공통점을 짚었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인 네온(NEON)은 트위터에 방탄소년단 로고와 고유의 컬러를 차용한 '봉준호 티셔츠'를 만들어 올렸다. 방탄소년단의 로고를 영화 필름 모양으로 바꿨고 투어 지역이 써 있어야 할 공간엔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을 적어 넣었다. 이 티셔츠 게시물은 8만 개 이상의 하트를 받으며 음악팬과 영화팬들을 웃게 만들었다.
뉴욕 타임즈는 미국 사회가 분명히 바뀌고 있다는 칼럼을 수록했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기생충'의 수상은 오스카의 반복됐던 실수를 만회한 것"이라면서 한국이 역사를 새로 썼다며 축하했다. "인종, 계급, 그리고 미국 역사에 대한 감상적 견해에 가려졌던 예술"이라는 말과 함께 '제2의 기생충'이 계속해서 나올 것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