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지푸라기를 잡을 때가 됐다. 영화 속 짐승들만큼이나 벼랑 끝에 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최선의 시간 속 최후의 순간을 맞이했다.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기 위해 후반작업에 공을 들였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싶은 순간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에도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한국영화의 새 역사를 다시 쓴 '기생충'의 오스카 후폭풍으로 대외적 화제성도 온전히 끌어안지 못하게 됐지만, 비수기 극장의 부흥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등판으로 활기를 띌 것이라 행복회로를 돌릴만 하다. 해외 80개국 선판매, 5개 영화제 초청, 시사회 직후 쏟아진 흡족한 반응들까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둘러싼 크고 작은 성과들에는 명확한 근거가 있다. 영화의 힘, 캐스팅의 힘이 막강하다. 예상을 뛰어넘는 퍼즐의 합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선택하고 결정한 행보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이유다.
출연: 전도연·정우성·배성우·정만식·진경·신현빈·정가람 그리고 윤여정
감독: 김용훈
장르: 범죄
줄거리: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08분
한줄평: 50분 후 신세계
별점: ●●●○○
신의 한 수: 기승전 '전도연'이다. 남녀노소는 물론 무생물까지 홀려낼 기세다. '미쳤다'는 소리가 등장하는 신마다 터진다. 캐릭터부터 카메라까지 싹 다 잡아먹었다. 작정한 애교, 매너리즘에 빠진 목소리, 독기품은 눈빛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표현은 전도연의 연희에 제격이다. 전도연 편집본만 따로 소장하고 싶어질 정도. 버려질만한 필모그래피는 애초 쌓지도 않는 전도연이다. 꽤 그럴법한 필모그래피도 결국 자신의 능력을 통해 매력적으로 탈바꿈 시키는 '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역시 마찬가지. 새로운 전도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영화가 할 일은 다 했다. 대부분의 캐릭터들과 만나면서도 절대 중심을 잃지 않는 정우성과 무색·무취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은 배성우, '나쁜사람'의 교과서 정만식, 정우성과 환상적 티키타카를 만들어낸 박지환은 장기판 위의 말처럼 잘 활용됐다. 펼쳐진 장기판은 허술한 듯, 의아한 듯 관객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만 휘몰아치는 진실 속 여러 방의 뒤통수를 때리며 몰입도를 높인다. 뒤죽박죽 섞인 타임라인을 놓치지 않고 쫓아간다면 섬세하고 촘촘한 이들의 계획을 확인할 수 있다. 곳곳에 숨어있는 시원한 사이다는 목마름까지 가볍게 해소시켜준다. 흔하게 느껴지는 장르적 분위기는 한국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예술적 미쟝센과 성별을 특화하지 않은 캐릭터 설정으로 신선함과 재미를 높인다. 궁금증이 샘솟는 만큼 흥미진진한 108분을 선물해 줄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자 복병이다.
신의 악 수: 달콤한 열매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전도연 등장까지 시계를 보고싶은 욕구에 여러 번 휩싸일 수 있다. 사건의 흐름과 캐릭터의 경로를 중구난방 풀어 헤치는 전반부는 지루함이 동반된다는 뜻이다. 돈가방을 뺏고 뺏는 추격전을 예상했다면 말 그대로 '오산'이다. 팀 플레이도 아닐 뿐더러 이들이 한 자리에 한꺼번에 모이는 일도 없다. 이 또한 독특하다면 독특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강점이지만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 역시 크다. 툭툭 잘려나간 편집 포인트와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는 개연성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지뢰다. 직접 만나지 않았어도 내제된 긴장감이 터진 탓인지 선배들과, 장면 장면들과 어우러지지 못하는 정가람의 연기는 안쓰럽고 안타깝다. 묵직한 돈가방은 잘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제자리에서 '나의 주인'을 기다릴 뿐이다. 간절하지 않았어도 간절해지게 만드는 일확천금. 기회와 욕망은 한끗차이고, 운과 운명도 축복과 지옥 사이에서 나를 감싼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운명같은 기회 속 축복을 맞이하게 될지, 이젠 관객들에게 맡겨진 선택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