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라하나 PD JTBC 2020 드라마 페스타(JTBC 단막극)가 젊은 연출·작가들의 톡톡 튀는 신선한 소재 속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다. '루왁인간' 라하나 PD와 '안녕 드라큘라' 김다예 PD는 메인 연출가로서 신고식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30일 방송된 '루왁인간'은 은퇴 위기에 처한 50대의 고졸 세일즈맨 안내상(정차식)을 통해 우리네 가장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17일과 18일 방송된 '안녕 드라큘라'는 인생에서 가장 외면하고 싶은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 사람들의 성장담을 담은 옴니버스 드라마였다. 각기 다른 색채를 뿜어냈지만 우리네가 살아가는 모습으로 '가족애'와 '우정'의 진한 힘을 느끼게 했다.
라하나 PD와 김다예 PD는 입사 동기 사이. 나란히 JTBC 2020 드라마 페스타로 입봉했다. 서로를 격려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가는 칭찬 속 이야기꽃이 피었다. 메인 연출로서 작품을 해보니 결코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가진 모습이었다. 이제 막 시작인 만큼 인생을 길게 보고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써 내려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하는 '루왁인간' 라하나 PD와의 인터뷰.
-작품을 마친 소감은.
"새로운 시기에 접어든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은혜를 많이 입었다. 앞으로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갚으면서 살고자 한다. 드라마 끝나고 이별이라고 생각했다. 이젠 '잘 가'라고 인사하며 떠나보내고 싶다."
-입봉작이었다.
"'잘 버틴 나 대단하다'고 칭찬해주고 싶었다. (웃음) 인생이 좀 바뀐 것 같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나 일을 대하는 태도, 마음가짐이 좀 바뀌었다. 평생 이렇게 해야 하나 보다 싶다."
-2부작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처음부터 2부작으로 기획했기에 2회 차 안에서 녹일 수 아이템을 처음부터 생각하고 찾았다. 그래서 2회 안에 녹이기 어렵지 않았다. 근데 아무리 단편이라고 해도 장편 영화 1개와 비슷한 분량이다. 더구나 '루왁인간' 같은 경우 2부작 안에 끝났어야 좋은 이야기다. 3회가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작품적으로 봤을 땐 2회가 적당했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다들 좋아해 주고 축하해줬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시청자 게시판에 '살면서 처음으로 들어와서 이런 곳에 글을 써볼 정도로 감동을 많이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더라. 인상 깊었다."
JTBC 라하나 PD -'루왁인간' 속 똥은 정말 향기롭고 신성한 존재였다.
"똥이라는 게 굉장히 복합적이다. 지저분하고 상스럽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개똥도 약에 쓴다는 말처럼 대단한 선물 같은 것이기도 하다. 사는 것도 그런 것 같다. 딱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다. 인생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표현하고 싶었다. 웃기다가도 눈물이 나고.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가정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정차식의 삶이 너무 '짠내'났지만 공감됐다.
"회사는 사람을 필요에 의해 쓴다. 조금만 더 예의를 갖춘다면 30년 동안 회사를 위해 살아온 정차식의 세월이 무의미하게 다가오진 않을 텐데. 사람을 소모품처럼 생각하는 태도가 문제인 것 같다. 너무 비정한 세상을 살고 있다. 거기서 오는 허탈함을 담은 것이다."
-어떤 메시지를 가장 핵심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나.
"잘살았다 못살았다의 기준은 피상적이다. 눈에 보이는 기준들로 사람을 재단하지 않나. 사는 모습은 다 다른데 내가 이만큼 살았으니 보이는 대가로 보상은 못 받더라도 잘못 사는 게 아니란 걸 얘기하고 싶었다. 각자 노력하고 반성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보상을 못 받더라도 인생을 잘못 살아가는 건 아니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결말이 평범하지 않아 인상적이었다.
"다른 드라마에선 아버지가 암에 걸렸을 때 갈등이 깊어지고 더 나락으로 치닫지 않나. 그러다 어떤 국면을 맞아서 행복으로 끝나거나 비극으로 끝난다. 기승전결 중 전에서 끝났다고 할 수 있는데 극 중 아버지가 암에 걸린 게 큰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비록 암에 걸렸어도, 회사에서 잘렸어도 그 사람들은 앞으로를 살아야 하지 않나. 가족들도, 아버지도 당연히 힘든 날이 있겠지만 그래도 살아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JTBC 드라마 페스타 '루왁인간' -안내상 배우의 '웃픈' 열연이 돋보였다.
"대본을 처음 개발하려고 아이템을 잡고 촬영할 때까지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게 똥이 혐오감을 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리고 이번 드라마 연출 콘셉트가 군더더기 없는 것이었다. 카메라가 움직이는 게 보인다거나 그 의중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더욱 배우의 연기에 기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안내상 배우가 줄타기 곡예사처럼 연기를 하더라. 웃기는 것까지 바라지 않았는데 표현을 정말 잘해줬다. 워낙 연기 베테랑이라 치밀하게 계산을 하고 연기해도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드라마 콘셉트와 딱 맞아떨어지는 연기였다. 정말 안내상 배우의 덕을 많이 봤다."
-작품하면서 특별하게 고마웠던 사람이 있다면.
"촬영 겸 조명을 담당한 추경엽 감독님이 비주얼에 대한 컨트롤 욕망이 강했다. 후반 색보정까지 함께했다. 굉장히 효율적인 분위기 속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연출가가 되고 싶나.
"다방면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인생을 길게 보고 하나하나 써 내려갈 때 부끄러운 게 없게끔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