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극장가에 비상이 걸렸다. 여러 2월 개봉작의 일정 변경은 물론 3월과 4월 개봉 예정작들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월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던 '콜(이충현 감독)'은 일찌감치 잠정 연기를 선언했다. 정확한 개봉 일자를 고지하지 않았음에도 3월 안에 개봉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기 때문. '콜' 측은 "새로운 개봉 일정은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되는 대로 안내해 드리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콜'은 제작보고회를 시작으로 이미 홍보 일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개봉이 잠정적으로 연기되면서 홍보 또한 새롭게 계획해야 한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해온 작품이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3월 12일로 개봉일을 고지했던 '침입자(손원평 감독)'도 개봉일 변경을 논의하고 있다. '침입자' 관계자는 "개봉일을 고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그러나 주말 사이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개봉 강행 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내부 논의 후 늦지 않게 일정 변경에 관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2018년 7월 크랭크업한 후 약 1년 반 만에 개봉일을 잡았던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도 급하게 일정을 미뤘다. 제70회 베를린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된 이 영화는 당초 베를린에서 첫 상영된 후 곧바로 국내 관객에게 선보여질 예정이었다. 베를린 효과를 기대해볼 만한 상황이었으나 개봉이 연기되면서 차질을 빚게 됐다. '결백(박상현 감독)'의 경우 언론배급시사회와 일반 시사회 일정을 취소했다. 개봉일 변경에 관해서는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시사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개봉 강행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4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3월 개봉 예정작들이 줄줄이 개봉 시기를 연기하면, 4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었던 영화들도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2020년 라인업을 이미 세밀하게 짜놓은 대형 투자배급사의 경우 더욱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개봉을 한 주 연기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박스오피스 1위를 하면서도 텅텅 빈 극장 때문에 고전하는 모습에 다들 겁을 먹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사그라질지 모르는데, 배급 시기를 확정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