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신작 '도망친 여자'가 제70회 베를린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됐다. 홍 감독과 김민희는 나란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베를린 현지 취재진과 만났다.
'도망친 여자'는 독일 베를린 현지 시간 기준 25일 오전 9시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프레스 상영회로 첫 공개됐다. 홍 감독과 김민희, 그리고 배우 서영화는 이후 공식 포토콜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30분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질문에 답했다.
홍상수 감독은 제목 '도망친 여자'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도망친 여자는 누구이며, 또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은 그게 무엇인지 결정하지 못했고, 정의내리고 싶지 않다"며 "결정할 수 있었으나 그 전에 멈췄다. 이 영화를 보고 관객이 느끼길 바란다. 그럼에도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의 모든 여자가 무언인가로부터 도망친다. 수감되지 않으려고, 또는 불만족으로부터 도망친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주제를 영화에 담지 않는다. 그것이 내게는 중요한 일이다. 목적을 두고 뭔가를 향해 다가가기보다는 열린 가운데서 내게 오는 걸 기꺼이 받아들인다. 만약 내가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것을 영화로 표현한다면 높은 완성도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상수 감독은 이번 영화의 엔딩곡을 직접 작곡했다고. 이에 대해 "아이폰으로 녹음해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김민희는 홍 감독을 향한 여전한 신뢰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영화를 촬영하며 미리 각본을 쓰지 않고 촬영 당일 대본을 주거나 상황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연출하는 홍상수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우선 감독님이 주신 대본을 잘 외워서, 대본대로 잘 전달하면 의미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답한 것. 또 김민희는 "만약 연기가 의도에서 벗어났을 때는 감독님이 잘 잡아준다"고 덧붙였다.
이어 "배우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야기가 있고 서로의 반응이 있다. 반응에 집중해서 상황을 받아들이고 여기하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일고 변화가 생긴다. 현장에서 상황을 숙지하고 감정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서영화 역시 "홍상수 감독님의 현장에서는 배우인 동시에 관객이다. 다른 배우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다른 장면도 함께 보며 어떤 감정을 주는지 파악한다. 모든 장면은 서로 상호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해 보였다. 김민희가 취재진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홍 감독이 곁에서 대신 질문을 통역해 전했다. 홍 감독에 대한 답변에서 그를 향한 김민희의 두터운 신뢰가 묻어나기도 했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감희를 따라가며 그려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7번째 영화다. 이번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Competition)에 초청됐다.
홍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과는 별개로 베를린영화제에서 거둘 성과에 기대가 쏠리기도 한다. 홍 감독은 벌써 4번째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김민희는 지난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인 은곰상을 수상했다. 이에 힘입어 '도망친 여자'는 예매가 오픈된 시사 모두 매진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