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은 아니었지만 조금의 모자람을 이번에 완벽히 채웠다. 극의 특성상 남자배우들이 많이 출연한 '스토브리그'에서 박은빈(28)은 주체적인 캐릭터이자 운영팀장 이세영으로 갈증을 해소했다. 실제 프로야구단에 운영팀장이 여자인 적이 없었기에 박은빈은 누구를 참고할 인물도 없었지만 대본을 보고 머릿속에 그린 이세영을 자신의 색을 입혀 주체적인 여성으로 그렸다. 결과는 만족이었다. 박은빈의 연기를 보고 프로야구단 운영팀장이 되고 싶다는 사람도 메시지도 많이 전달되고 있다. 아역부터 '엄친딸'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녔듯 인터뷰도 똑부러지고 야무지게 잘한다.
-종영 소감이 남다를텐데. "준비 기간부터 6개월이다. 뜨거운 여름을 함께 겪고 가을엔 하와이 로케이션을 다녀왔다. 겨울에 방송이 됐으니 3계절을 함께 한 작품이다. 촬영했던 기억 때문에 유독 그 계절이 짧게 느껴졌다. 아직도 좋았던 추억 덕분에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스포츠 드라마를 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야구에 대해 깊숙이 알지 못 했지만 대본을 보고 묘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어떤 타이밍에서 작품을 만나냐도 중요한데 제안받았을 때 좋은 시기였다. 생소함이 누군가에겐 흥미로움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끌어당기는 힘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대본이 술술 읽혔다. 다른 작품도 많은 권수의 대본을 받고 읽는데 유독 그 기간이 짧았다. 1회를 보고 2·3·4회 연달아 쭉쭉 읽혔다."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나. "여성 최연소 운영팀장이 갖고 있는 에너지가 좋았다. 일단 이 캐릭터가 남녀를 떠나 유능하게 일을 해내는 사람이었다. 민폐를 끼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실제 여성 운영팀장이 있었나. "역대 구단을 통틀어 없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SK와이번스의 협조를 많이 받았다. 찾아가 프론트에서 하는 일을 확인했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일을 한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그들의 고민도 들었다."
-선수들 재계약 관련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연봉 협상이나 계약건을 운영팀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얼굴을 보고 만나 진행하고 그럴 때마다 선수들은 긴장한다더라."
-성공을 예감했나. "친숙한 스포츠지만 드라마에선 낯선 소재다보니 시청자를 이끌어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친밀감을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싶었다. 나 조차 야구에 대해 잘 몰랐는데 쉽게 생각하려고 했다."
-이세영과 싱크로율이 높나. "원래 침착하고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말을 아끼는 스타일인데 연기를 하면서 할 얘기가 있으면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할 말 다하는 캐릭터의 영향을 받아 덜 미안해하고 주저하지 않는 힘을 얻게 됐다."
-조병규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더라. "살면서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라는 것도 자신의 생각일 뿐 상대방을 위한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조언을 하지 않는 편이다. 딱히 크게 도움을 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오히려 고맙다. 혼자서도 정말 잘하는 친구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
-여성 운영팀장에 대한 관심이 많더라. "SNS로 메시지가 오는데 '이세영을 보고 구단 운영팀장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어요'라는 내용이었다. '억압했던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고도 말해주더라. 이세영을 롤모델로 삼고 노력해보겠다는 등 다양한 메시지를 받고 감동했고 감사했다."
-팬들은 시즌2에 대한 염원이 크다. "극중 담아야할 내용이 많았다. 시즌2가 나온다면 효울적으로 서사를 전달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나 포함 캐릭터가 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다음 작품에 부담감을 느낄텐데. "기분 좋은 긴장감이라 여기고 싶다.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견뎌야할 무게라고 본다."
-실제론 어떤 '덕후'인가. "토끼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 여섯마리 정도 키웠다. 한 마리씩 떠나 보내고 다시 들이고 반복했다. 유년 시절 토끼와 함께 보내고 영감을 많이 얻었다. 글짓기나 그림 그릴 때도 토끼를 소재로 해 상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 떠나 보낼 때 너무 상실감이 크고 겁도 났다."
-딕션이 참 좋다. "배우로서 기본이라 당연히 해야하는데 좋게 봐줘 감사하다. 반대로 너무 또박또박한 것도 안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부자연스럽다는 전제도 두고 있어 어떤게 맞는 길이고 캐릭터로 어울리는 작업일지 더 고민을 많이 해봐야한다."
-촬영없을 때는 어떻게 지내나. "집에서 가만히 있는다. '집순이'도 두 부류로 나뉘는데 집안에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과 가만히 있는 사람. 나는 후자다. 촬영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니 평소에는 축적하는 편이다."
-어린 시절 데뷔부터 돌아본다면. "열심히 살았구나 싶다. 앞으로도 자유 의지를 부각시켜 내가 원하는 삶을 가공시키는 방향으로 살아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주변을 살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