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한국 프로축구 K리그가 연기됐다. 당초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난 대구·경북 지역 홈 개막전 연기를 추진하다 전국적으로 확산자가 늘어나자 리그 일정 전체 연기를 결정했다.
그렇지만 2020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는 치러졌다. 코로나19 발상지인 중국 팀을 제외한 채 진행됐다. 지난 2월 울산 현대와 FC 도쿄(일본), 전북 현대와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전이 펼쳐졌다. 또 FC 서울과 멜버른 빅토리(호주), 수원 삼성과 비셀 고베(일본)전도 모두 한국에서 열렸다. 중국과 만나는 일정은 모두 연기됐다. 서울-베이징 궈안·수원-광저우 헝다·울산-상하이 선화·전북-상하이 상강전은 모두 4월과 5월로 미뤄졌다.
K리그는 두 번째 ACL 홈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은 다음 달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앙라이 유나이티드(태국)와 ACL E조 조별리그를 치를 계획이었다. F조 울산은 4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퍼스 글로리(호주)를 초대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변화가 불가피했다. 두 팀 모두 ACL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를 계획이었다. 이 마저도 무산됐다. 한국 방문에 부담감과 두려움을 가진 두 팀이 부정적인 의사를 표현했고, 이를 AFC가 받아들였다. 이 두 경기 역시 잠정 연기됐다. 유일하게 진행됐던 ACL마저 연기되면서 한국 축구는 그야말로 마비상태가 됐다.
초유의 사태. 초유의 경험. K리그 구단들도 당혹감에 빠졌다. 혼란스럽다. 그렇지만 이대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제 다시 시작될 지 모르는 리그를 위해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축구단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K리그 구단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코로나19 사태에 철저하게 대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바꾼 낯선 일상을 보내고 있다.
K리그 한 구단은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K리그 구단도 이에 동참한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구단의 전직원이 한곳에 모여있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직원을 최대한 분산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모든 직원이 한 번에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일주일에 이틀씩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구단 직원들은 휴가를 떠나고 있다. 여름 휴가가 아닌 미리 휴가다. 리그 일정이 올스톱 당한 상태. 휴가를 가도 인력 공백이 생기지 않는 상황이다. 또 리그가 시작되면 초반에 연기된 탓에 앞으로 일정이 더욱 빠듯해질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지금 미리 쉬는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휴가를 가는 직원들이 많다. 여름에 일정이 밀릴 것 같으니 미리 휴가를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K리그 구단 대부분은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 역시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개막 전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할 직원들은 사무실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은 훈련장과 숙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선수들과 직원들의 열체크, 몸상태 체크는 필수다. 또 구단과 클럽하우스 방문을 최대한 자제시키고 있다. 서로 오지말라고 요청한다.
가장 큰 고민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다. 개막전에 맞춰 몸을 만들어온 선수들이 경기에 뛰지 못하면서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훈련장에서 훈련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것으로 채울 수는 없다"고 토로했고, 다른 구단 관계자 역시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휴가를 줄 수도 없다. 몸을 풀어버리면 다시 몸을 만드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훈련과 휴식은 똑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전 감각도 고민이다. 연습경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습경기 상대를 찾기 힘들다. 연습경기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연습경기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체적으로 훈련만 하고 있다. 경기 감각을 메우는 것이 쉽지 않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연습상대를 구하기 어렵다. 제의를 하면 응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연습경기를 한다고 해도 최소 인원만 오라고 요청하고, 열체크 등의 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약없는 기다림도 고통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가장 큰 걱정은 K리그 시작이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구단도 모르고 축구연맹도 모른다. 기약없이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이 길어질 수록 더 힘들 수 있다. 빨리 이 사태가 끝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