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명의 관객도 감사한 시기, 전도연이 배우로서 책임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진심어린 애정의 마음을 표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고,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영화계도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았다. "대중 밀집 행사를 당분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개봉을 앞둔 영화들은 일제히 개봉을 연기했고, 극장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행사들도 전면 취소됐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하지 못한 채 2월 스크린에 걸린 영화들은 대부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고, 목표치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그 중에서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김용훈 감독)'은 말 그대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지만 잡지 못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특히 2월 초 개봉한 '클로젯(김광빈 감독)'과 연기없이 개봉을 강행했던 '정직한 후보(장유정 감독)'는 그나마 100만 명의 관객이라도 불러 모았지만, 개봉을 한 주 연기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코로나19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 판단한 시기,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지역 확산으로 번지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영화가 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9일 개봉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26일까지 동원한 누적관객수는 총 43만5052명. 16년만 최저 일일관객수, 통합전산망 기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2월 1000만 관객 이하 관객수를 찍게 된 것을 보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얻어맞은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 가능하다.
그 중심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어렵게 이끈 전도연은 최근 마지막 무대인사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을 찾아 준 관객들을 향해 울컥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전도연은 "오늘이 마지막 무대인사인데, 찾아와 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해서 자꾸 눈물이 난다. 관객 분들과 만나는 건 굉장히 즐거운 일인데, 사실 마음이 즐겁지가 않다. 여러분들께 죄송한 마음이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관객이 많이 자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끝까지 무대인사를 소화한 전도연은 함께 호흡맞춘 정우성이 신작 촬영 등으로 무대인사에 참여하지 못한 상황에서 감독, 후배 배우들을 이끌고 사실상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수장으로 그 책임을 200% 다 해냈다.
무엇보다 전도연은 영화 안에서도 "역시 전도연은 전도연"이라는 찬사를 불러 일으키며 장면을 넘어 작품 전체를 진두지휘했고 제 몫 이상의 영향력을 펼쳤다. 대표 캐릭터를 갈아치울만한 연기력은 물론, 이미 최고라 인정받은 자리에서 어떻게 더 물이 올랐을까 싶을 정도로 또 다른 전도연의 얼굴을 보여주는데도 성공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백이면 백 "전도연에 홀렸다" "전도연은 미쳤다" "전도연이 등장하는 순간 전도연이 장르가 된다" "코로나 짜증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더 잘 될 수 있었는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연희는 언제가 됐든 제발 꼭 봐주세요. 내가 다 안타까워 죽겠다"고 반응하는 이유가 곧 전도연 그 자체다.
때문에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지 못하게 된 현 상황과은 아쉬움과 씁쓸함을 동시에 남긴다. 관계자에 따르면 전도연은 이번 영화를 홍보하기에 앞서 어느 때보다 의욕이 넘쳤다는 후문. 이는 화기애애했던 인터뷰 분위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개봉 연기가 신의 한 수가 아닌 신의 악 수가 되면서 전도연의 열정은 의도치 않았던 눈물로 남고 말았다.
상업영화는 관객들을 만나는 것이 목적이고, 그래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 평가 받는다. 전도연은 인터뷰에서 "이젠 1000만 영화가 너무 많아져서 웬만하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지금까지 내가 선택하고 출연한 작품들 역시 나름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사랑받을만한 작품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전도연의 연희 역시 오랫동안 회자되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