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애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쯤되면 베를린이 밀어주는, 혹은 베를린에서만 밀어주는 불륜커플이자 뮤즈라 볼 수 있다.
홍상수 감독이 또 한번 해외에서 인정받았다. 4년 전 김민희에 상을 안겼던 홍상수 감독은 이번엔 개인상을 챙기면서 국제 무대를 통해 인사했다.
홍상수 감독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Berli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은곰상 감독상 차지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사마리아(2004)' 김기덕 감독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16년 만이다.
홍상수 감독은 '밤과 낮'(2008), '누구의딸도아닌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 이어 4번째로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통해 김민희가 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4년만에 다시 은곰상을 추가,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함께 만든 작품으로 나란히 개인 은곰상을 하나씩 챙기면서 (불륜)커플 은곰상을 완성했다.
지난 2017년 2월, 불륜 소식이 세간에 알려진지 약 8개월 만에 베를린영화제에 나란히 참석하며 사실상 불륜 사실을 인정했던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김민희가 한국배우 최초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거머쥐면서 국내 영화계를 발칵 뒤집었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공식적으로 불륜을 발표하지는 않았던 시기라 레드카펫부터 기자회견 등 베를린영화제에서 보여준 행보 하나하나가 이슈였다. 실반지 커플링에 홍상수 감독의 재킷을 걸치고 수상 기자회견을 치른 김민희의 모습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당시 김민희는 "상업적인 영화를 하는 것이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우리 영화가 영화로써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그것만으로 기쁘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모습이었다. 가짜가 아니고, 환상이 아니고, 진실된 사랑을 원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베를린영화제 이후 한 달만인 3월 '밤의 해변에서 혼자' 국내 개봉을 앞두고 불륜을 인정,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감당하겠다"는 고백과 함께 불륜남 불륜녀 낙인이 찍혔고, 김민희의 수상조차 축하받지 못한 채 그들만의 필모그래피가 됐다.
그후 또 4년.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그 사이에도 여러 편의 작품을 내놨지만 반응은 뜨뜻 미지근했다. 해외 영화제에는 줄곧 초청됐지만,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특별한 작품성 없이 두 사람만의 일기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흥행 수치도 뚝뚝 떨어졌고 매니아층도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이들의 존재감과 화제성을 다시금 기사회생 시킨 것은 또 베를린이 됐다. 이번엔 홍상수 감독에게 그 바통을 넘겼다. 김민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후 무대에 오른 홍상수 감독은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허락한다면, 우리 여배우들이 일어나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공을 돌렸다.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는 "난 큰 그림을 그리거나 큰 의도를 갖는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작은 세계에서 조그맣게 사는 사람이다. 유혹을 떨쳐 버리려 노력하고 있고, 섬세하고 세부적인 것에 집중하려 한다"고 밝혔다.
올해 두 사람의 베를린영화제 행보도 실시간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수상까지 성공하며 원하는 목표는 이룬 셈. 아직 빼지 않은 실반지 커플링과 커플포즈를 취한 공식 포토, 레드카펫 투샷도 눈길을 끌었다. 4년 전에 비해 어두워진 표정은 소소한 추측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가장 확실한 건 홍상수 감독은 이혼에 실패했고, 여전히 유부남이라는 점이다.
한편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과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여자 감희의 행보를 따라가는 영화다. 김민희가 감희를 연기했으며, 두 사람이 7번째 호흡맞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지 월드 프리미어 상영 후 외신들은 호평 담긴 리뷰를 전하고 있다.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데일리가 집계한 평점은 2.7점으로 이번 경쟁부문 진출작 18편 중 상위권 점수를 받았고,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100%를 기록했다. 다만 국내에서도 수상에 따른 흥행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