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주전 유격수 김재호(35)가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에 1차 캠프를 돌아보며 남긴 말이다. 몇몇 주전 선수들이 캠프 전후로 이탈한 상황이었다. 베테랑 내야수는 "그 선수들이 잠시 잊힐 정도였다"고 말했다. 공식 훈련 일정 외 개인 훈련을 진행하는 다수 젊은 선수를 보면서 자신도 긴장했다고. "그런 구도가 건강한 팀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전했다.
두산은 오재원(35)과 최주환(32)이 경합 중인 2루수를 제외하면 각 포지션에 주전이 채워져 있다. 그러나 3루수 허경민이 비시즌 개인 훈련 도중 코뼈에 부상을 당하며 1차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고, 오재원도 무릎 통증으로 정상적인 캠프를 치르지 못했다. 일시적 주전, 첫 번째 백업 요원 등 젊은 내야수들 사이에는 출전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이번 캠프 화두로 백업 전력 확보와 순번 확정을 내세웠다. 내, 외야 새 얼굴들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수단 내 경쟁을 유도하고 의욕을 돋우는 메시지였다.
실제로 내야수 이유찬(22), 외야수 김인태(26)는 돋보였다. 두산의 실전 두 번째 경기던 2월 25일 세이부전부터 선발 3루수로 투입된 이유찬은 이 경기에서 9이닝을 소화했고 안타 2개를 쳤다. 이틀 뒤 소프트뱅크 2군전, 2일 자체 청백전에서도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리허설 무대에서 남긴 기록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순 없지만 좋은 흐름을 이어간 점은 고무적이다.
이유찬은 2루와 3루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2019 한국시리즈에서도 출전은 불발됐지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기대주다. 지난해까지 제1백업 내야수던 류지혁(26)은 이번 캠프를 통해 타격 지향점 교정에 돌입한 상황. 김태형 감독이 직접 나서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이 과정이 길어질 경우에는 이유찬의 출전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그는 이번 미야자키(일본) 2차 캠프에서 가장 빼어난 훈련 성과를 보여준 야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인태의 타격감도 눈길을 끌었다. 교체 출전한 세이부전에서 2안타, 소프트뱅크 2군전과 청백전에서는 홈런을 때려냈다. 지난해 10월 1일, 두산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NC전에서 8회말에 대타로 나서 동점 3루타를 치며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다. 아직 1군 성적은 초라하지만 1라운더(2013년)다운 자질과 클러치 능력이 있다는 평가. 주전만큼 치열한 두산의 외야 백업 경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예비 FA(프리에이전트)가 많은 두산이기에 제1백업 외야수의 활용은 더 많아질 수 있다.
두산의 2차 스프링캠프는 성공적이다. 코로나19 정국에서도 일정대로 훈련을 소화했고, 부상자도 없었다. 목표로 내세운 뎁스 강화도 이뤘다는 평가다. "1군에 합류할 수 있는 투수를 1~2명만 찾아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김태형 감독이다. 채지선(25), 김민규(21), 박종기(25), 박신지(21), 전창민(20) 등 다수 젊은 투수가 자신의 이름을 사령탑에 각인시킨 점도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