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극장가로 향하는 관객의 발길이 더욱 뜸해지고 있다. 이런 탓에 개봉하지 못한 영화만 50여편에 이른다. 전에 없던 국가적 재난 사태에 2020년 한 해의 개봉 라인업이 뒤바뀌고 있는 셈이다. 사실 여름 개봉을 확정한 연상호 감독의 '반도' 등 대작들은 이미 성수기에 맞춰 배급 시기를 조율 중이다. 문제는 허리급 영화다. 대작을 피해 비수기 개봉을 노리던 허리급 영화들이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 여러 편 제작되고 있는 요즘, 그보다 낮은 예산의 영화들은 이들을 피해 비수기 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가오는 봄까지 개봉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성수기 대작을 피하려면 다음 비수기를 노려야 하고, 또 그러다 보니 중저예산 영화들 사이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한국영화 대작만 피해간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전통적 성수기 개봉작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 동시 개봉할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외화도 여러 편 개봉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개봉을 잠정 연기한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과 4월에서 11월로 개봉을 연기한 '007 노 타임 투 다이', 5월 1일 관객과 만나는 마블 스튜디오의 '블랙 위도우', 11월 개봉 예정인 마동석 출연작인 마블 스튜디오의 '이터널스' 등과 대결해야 한다. 모두 정면 대결이 힘든 외화들이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배급 시기를 잡기 쉽지 않다. 특히 CJ엔터테인먼트 등 빅5 투자배급사 이외 신생 투자배급사들엔 더욱 불리하다. 신생 투자배급사들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색깔을 지닌 허리급 영화의 편수는 늘어났으나 정작 관객과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이미 촬영을 완료한 영화가 여러 편인데, 제작 단계에서부터 성수기를 노린 대작을 제외하곤 개봉 시기를 확정하기 힘들다. 결국 밀리고 밀리다 보면 전체 라인업이 흔들린다. 그렇다고 1년 이상 묵혀두면 '묵힌 영화'라는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