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스포츠 리그를 줄줄이 중단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결국 KBO 리그에도 영향을 미쳤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처음으로 예정됐던 정규시즌 개막일을 뒤로 미루게 됐다.
KBO는 10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10개 구단 사장단이 모인 긴급 이사회를 열어 오는 28일로 예정됐던 프로야구 개막일 연기 여부를 논의했다. 그 결과 최대 일주일 이상 개막일을 잠정 연기하고 4월 중으로 다시 날짜를 잡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사회는 이날 코로나19 사태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피고 전망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출신인 전병율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를 관련 전문가로 초빙했다. 이어 전 교수의 의견을 청취하고 심도 깊에 논의한 끝에 "팬들과 선수단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개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매주 실행위원회와 이사회를 번갈아 개최해 사태 추이를 살핀 뒤 개막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지난주 실행위원회에서 결정한 대로 개막일은 선수단 운영과 입장권 예매를 비롯한 경기 운영 준비 기간을 고려해 최소 2주 전에 확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 분위기와 코로나19 확진자 수, 신규 감염자 수 등을 면밀히 살펴 개막일을 다시 정할 것이다. 4월 중순까지를 개막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며 "4월 하순까지도 가능할 수는 있지만, 그 경우 경기 일정이 12월 초까지 밀릴 수 있어 무리라고 판단했다. 경기 일정이 예상보다 더 밀릴 경우엔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 편성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단 구단별로 144경기를 모두 치르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4월 중순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지 않는다면, 경기 수를 줄이는 대신 '무관중 경기'를 선택해 일단 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 전 준비 기간 동안 각 구단 간의 교류 연습경기는 치르지 않기로 했다.
류 총장은 "교류경기는 선수단 이동과 숙박을 통한 감염 위험성이 있어 서로 자제하기로 했다. 각 구단별 청백전으로 실전 훈련을 제한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면 교류경기 실시 여부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이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을 연고로 둔 점을 고려해 "계속 대구 인근 지역에 환자들이 많아지는 흐름이 유지된다면, 시즌 초반에는 삼성의 일정을 원정경기 위주로 재편성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규시즌 개막전은 향후 확정될 개막일자에 이미 잡혀 있는 대진대로 치르게 된다. 3월 28일부터 개막일 전날까지의 일정은 추후 일정으로 다시 편성될 예정이다. 또 만약 개막 이후 선수단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나오면 리그는 2주간 중단된다. 류 총장은 "10개 구단이 공히 선수단 관리를 철저히 하기로 다짐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