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5·캐나다)은 요즘 캐나다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했다. 로맥이 한국으로 가려고 하자 그의 친구들은 크게 걱정했다. 한국이 안전한지 염려하는 이들이 많았고, 심지어 미쳤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로맥은 “난 오히려 ‘캐나다에 있는 게 미친 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솔직히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오는 게 기뻤다. 지금은 이곳(인천)에 있는 게 낫다”고 말했다.
로맥의 말대로 최근 캐나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추세다. 급기야 캐나다 정부가 ‘외국인의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려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에서 훈련을 멈춘 류현진(33·토론토)이 캐나다로 가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반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불확실성이 큰 곳으로 여겨진다. 이달 초 미국·일본에서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조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선수들이 꽤 됐다.
둘째 아들 피어스의 출산 소식을 들은 로맥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스프링캠프에서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으로 향했다. 더 오래 캐나다에 머물 수 있었지만 지난 15일 입국했다. 그는 “한국에 오니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동료들과 만나 시즌을 준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상황이 훨씬 안정적이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으며, 사재기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평소처럼 식료품과 화장지 등을 살 수 있다”면서 “아내와 아이들도 함께 오고 싶어 했다. 둘째 아들의 예방접종을 하고 5월쯤 입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SK 유니폼을 입은 로맥은 한국 생활 4년째를 맞는다. 한국에 오자마자 한글을 공부한 그는 동료들과 간단한 한국어로 소통하는 수준이 됐다. 무엇보다 한국 문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원정을 가면 호텔 사우나를 즐긴다. 경기 전에는 냉탕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경기 후에는 사우나에서 피로를 푼다.
아내 크리스틴과 네 살배기 큰아들 내쉬가 가장 좋아하는 건 ‘키즈 카페’다. 로맥은 “아내가 아이와 함께 키즈 카페에 가는 걸 무척 좋아한다. 캐나다에 있을 때보다 인천 생활이 훨씬 편하고 좋다”고 했다. 그는 “나는 외국인 선수가 아니다”라는 말도 자주 한다. SK 동료들도 그를 ‘맥 형’이라고 부른다.
SK 팬들도 한국 사람이 다 된 로맥을 사랑한다. 팬들은 그의 첫째 아들 내쉬에게 ‘작은 로맥’이라는 뜻으로 ‘소맥’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둘째 아들이 태어나자 ‘동생 로맥’이라는 의미로 ‘생맥’이라는 별명을 선물했다.
더스틴 니퍼트(2011~18), 조쉬 린드블럼(2015~19), 브룩스 레일리(2015~19)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하나둘 한국을 떠났다. 이제 로맥이 제이크 브리검(키움 히어로즈),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와 함께 가장 연차가 높은 외국인 선수가 됐다.
로맥의 책임감은 그만큼 커졌다. 2018년 타율 0.316, 43홈런, 107타점으로 맹활약한 그는 지난해에는 타율 0.276, 29홈런, 95타점으로 다소 부진했다. 그럼에도 올해 SK는 지난해 연봉(130만 달러)과 비슷한 수준(125만 달러)으로 로맥과 재계약했다.
로맥은 “지난해에는 (반발력이 낮아진) 새 공인구에 잘 적응하지 못해 혼란스러웠다. 바뀐 공으로 한 시즌을 치르면서 어떻게 하면 홈런을 많이 칠 수 있을지 알게 됐다. 올 시즌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얼른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팬들 앞에서 경기하고 싶다”며 들뜬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