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시작은 언론이다. 신문의 1면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스타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1면의 첫 등장. 스타로 향하는 과정이 시작됐음을 세상에 알리는 메시지다.
'Messi's first day at MARCA'
82년 된 스페인 유력지 '마르카'가 최근 게재한 기사다. 지난 20년 동안 지면에 실린 기사를 분석한 뒤, 세계 최고의 스타가 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마르카가 '처음으로' 소개한 날을 기념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51년의 역사를 가진 스포츠지 일간스포츠도 특별기획을 준비했다. 한국에서 등장한 '메시의 사례'를 소개한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생애 첫 1면'을 장식한 축구 스타 이야기다.〈편집자 주〉
2010년 겨울. 당시 한국 축구의 1면은 박지성이 도배하던 시대였다. 잉글랜드 최고의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은 한국 축구 팬들의 자긍심이었다. 그리고 유럽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간혹 1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 AS 모나코의 박주영, 잉글랜드 볼턴의 이청용 그리고 스코틀랜드 셀틱의 기성용까지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 당시에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려 연일 금메달 소식이 전해졌다. 때문에 축구에 대한 관심과 이슈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 18세 소년의 소식이 일간스포츠 1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정확히 2010년 11월 22일 월요일 자 1면. "해트트릭 못해 화난다"라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실렸다. 누가? 박지성? 박주영? 아니었다. 해트트릭을 놓쳐서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이는 손흥민이었다. 부제로 '함부르크 18세 손흥민 2골, 조광래 감독 앞에서 득점쇼'라고 붙었다. 당시 박지성이 도움을 기록했고, 이청용이 골을 넣었지만 1면에서 밀어낸 손흥민의 기세. 한국 축구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리는 기사였다. 전문에서 언급했듯 손흥민이 스타로 향하는 과정이 시작됐음을 세상에 알리는 메시지다.
2008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유소년 팀에 입단한 손흥민은 2010년 6월 1군에 합류했고, 10월 1군 데뷔전을 치렀다. 2골을 넣은 경기는 11월 21일 독일 하노버 AWD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 분데스리가 13라운드 하노버와 원정 경기였다. 손흥민은 선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전반 40분, 후반 9분 연속골을 터뜨렸다. 팀은 2-3으로 패했지만 손흥민의 멀티골 활약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4경기 출전해 3골을 넣은 흐름이 매서웠다. 세계적 공격수였던 팀 동료 뤼트 판 니스텔로이에 이어 팀 내 득점 순위 2위. 분데스리가 데뷔 4경기 만에 1면을 장식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기사에서는 "1992년 태어난 손흥민은 박지성보다 열 한 살이나 어리다. 한국에 있었다면 수능을 봐야 하는 나이다. 그 어린 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를 호령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 전설들의 18세 때와 비교하는 박스 기사도 실었다. 차범근·황선홍·박지성·이천수·박주영 등 스타들과 18세 시절을 비교했고, 결론은 손흥민의 승리. "18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활약이다. 역대 한국 축구의 18세 선수 가운데 국제 무대에서 가장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해도 절대 과장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헤딩골을 설명하면서 "아버지 손웅정 씨에게 어릴 때부터 배워온 기술이 빛을 발했다"며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이야기도 꺼냈다. 함부르크 팬들의 반응도 소개했다. "아직 18세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손흥민은 함부르크의 신이다" 등 팬들은 손흥민에 대한 찬사를 멈추지 않았다.
경기 후 손흥민의 인터뷰를 들어보자. 손흥민은 화가 나 있었다. "다 잡은 기회를 놓쳤다. 데뷔골을 넣은 퀼른과 경기 때처럼 기쁘지 않다. 내가 2골을 넣었지만 승점을 얻지 못했다. 해트트릭을 했어야 했다. 정말 화가난다." 1면 헤드라인에 사용한 멘트다. 손흥민은 후반 34분 회심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았다. 해트트릭 기회를 놓쳤고, 팀도 졌다. 팀을 우선 생각하는 그의 마음.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소개됐다.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은 "18세 어린 나이에 큰 무대에서 주눅들지 않고 2골을 뽑아낸 건 대단한 일이다. 불과 1년 만에 팀에서 자리를 꿰차면서 자기가 가진 것을 꺼내 보일 수 있다는 건 쉽지 않다"고 높게 평가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광종 청소년대표팀 감독 등은 "(손)흥민이의 남다른 강점은 발목이다. 단단하고 유연한 발목을 이용한 슛은 임팩트가 강하고 정확하다. 2골 대단하다"며 청소년대표팀 애제자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2골을 넣은 경기장에는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이 있었다. 조 감독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손흥민을 점검하기 위해 독일로 갔다. 조 감독은 "손흥민은 2014 브라질월드컵 때 대표팀의 주전이 될 선수다. 외국에서 계속 뛰면서 경험을 쌓으면 최고의 선수도 될 수 있다. 대표팀에서 관심을 보이면 구단에서도 더 배려하게 된다"고 말한 뒤 독일로 건너갔다. 조 감독이 보는 앞에서 손흥민은 2골을 폭발시켰다. 사실상 대표팀 발탁을 확정지은 2골이었다.
실제로 조 감독은 손흥민을 최초로 A대표팀에 발탁했고, 아시안컵에 함께 갔다. 손흥민은 C조 3차전 인도전에서 1골을 넣으며 팀의 4-1 승리에 공헌했는데, 이 골이 손흥민의 A매치 데뷔골이다. 대표팀 에이스의 출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