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아버지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을 물려받았다.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은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로 공석이던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으로 취임한다. 이로써 국내 재계 2위와 5위 총수들이 명실상부한 '원톱' 체제를 공고히 했다. 재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무후무한 위기 상황을 총수 리더십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정의선, 현대차 이사회 의장 선임…세대교체 공식화
19일 현대차는 이사회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임기는 3년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1년간 맡아온 의장직을 정 수석부회장이 계승하며 책임경영 체제가 구축됐다.
앞서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과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자동차 업계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차기 이사회 의장을 맡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고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재계 움직임에 현대차도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결정은 최근 세계적으로 퍼진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우려가 커짐에 따라 효율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통한 위기 극복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의미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2월 현대차그룹은 중국 내 현지 부품 공장이 가동 중단되면서 12만 대에 이르는 생산 차질을 겪었다. 중국에서는 판매량이 95%가량 급감하는 등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에서도 앨라배마 공장 내 근로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가동중단(셧다운) 됐다.
현대차 관계자 역시 "이번 이사회 의장 선임은 세계 경제위기 우려와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급변 등의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안건과 운영 등에 이해도가 높은 정 수석부회장이 이사회를 끌어가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책임경영이 가능한 정 수석부회장이 의장직을 수행한다면 예상외의 사태로 시시각각 악화하는 경영 환경에 적기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동빈,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선임…한·일 롯데 장악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직을 겸직하게 되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 모두를 장악했다. 취임일은 다음 달 1일이다.
그동안 일본 롯데홀딩스는 고 신격호 회장, 신동빈 부회장 체제로 운영됐다. 2017년 신격호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뒤 지금까지 회장직은 공석으로 유지됐다.
2014년부터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도 일본 롯데홀딩스를 놓고 벌어졌다.
2015년 본격 발화된 형제의 난은 4년여간 한·일 두 나라의 주주와 이사회를 오가며 지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복귀하며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선임이 갖는 의미도 남다르다.
일본 종업원지주회 등 주요 주주들과 이사진이 신 회장에 우호적인 평가를 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과 일본 경제 전반이 위기인 만큼 신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 회장이 홀딩스까지 장악하며 한·일 양국 롯데의 경영을 책임지는 리더가 된 만큼 신 회장의 '뉴롯데'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양국 롯데의 묵은 숙제였던 일본 롯데와 호텔롯데의 상장 등으로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에 오름에 따라 호텔롯데의 상장 작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한·일 롯데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전략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양국 간 시너지 제고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