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10년 만에 가장 암울한 4월이 될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았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수출과 내수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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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망 135개월 만에 최악
30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발표한 매출 상위 600대 기업들의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Business Survey Index) 전망치는 59.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52)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업 수가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 수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100보다 낮을 경우는 그 반대로, 매출 규모가 큰 대기업들이 4월 경기를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전망은 역대 경제위기보다 매우 가파르게 악화했다. 일 예로 지난 금융위기 당시 BSI는 총 5개월에 거쳐 46.3포인트가 하락했지만 이번엔 불과 두 달 만에 32.7포인트가 하락했다. 그만큼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등 기타운송장비(44.2), 출판·기록물 제작(46.2) 등이 특히 어두운 전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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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제조업 가동률 70% 아래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15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업황·경기전망 지수(SBHI·Small Business Health Index)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4월 전망 지수는 60.6으로 2014년 2월 전체 산업을 대상으로 통계를 수집한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SBHI 역시 BSI처럼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 100 미만이면 악화를 의미한다.
제조업 전망은 71.6으로 금융위기인 2009.3월(70.5) 이후 가장 낮았다. 실제 중소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9.6%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8월(69.1%)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4년 2월부터 조사하기 시작한 비제조업도 5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과 섬유업, 인쇄·기록매체복제업, 건설업 등의 전월 대비 낙폭이 특히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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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애로는 “내수부진과 인건비”
중소기업들은 3월 현재 주요 애로 요인으로 내수부진(75%), 인건비 상승(43.6%), 업체 간 과당경쟁(35.8%), 자금조달 곤란(20.1%) 등을 꼽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이번 경제위기는 전염병이라는 비경제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라 언제 끝날지 시점이 불확실하고 국내위기와 세계위기가 결합한 복합위기라는 점에서 향후 체감경기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실적악화에 이어 자금시장 위축으로 인한 신용경색을 겪으며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 공급과 피해업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