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상 초유의 대회 연기 결정을 내린 2020 도쿄 올림픽이 맞닥뜨린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 '돈'이다. 지난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회장이 대회 1년 연기에 합의한 이후, 일본을 비롯해 전세계 언론은 도쿄 올림픽 연기로 인한 경제 손실과 추가비용을 계산하느라 바빴다. 막대한 준비 비용과 올림픽 유산의 사후 활용 문제로 가뜩이나 대회 개최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부흥 올림픽'을 꿈꾸며 아낌 없는 비용을 투자한 도쿄 올림픽의 성공 여부는 향후 열릴 대회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일본이 추가로 부담하게 될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일본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최대 3000억 엔(약 3조 3000억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이라 보도했다. 대회 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경기장 재임대 비용과 조직위 직원 인건비 등의 추가 비용을 현시점에서 추산한 결과다. 올림픽 연기로 인해 발생한 경제 손실까지 더하면 그 수치는 2배 넘게 뛰어오른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간사이 대학의 미야모토 가쓰히로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 올림픽 1년 연기에 따른 경제 손실 비용을 6408억 엔(약 7조 2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일본 내에서는 올림픽을 '긴축' 체제로 치르자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타니구치 키요코는 "추가비용을 납세자도 부담? 올림픽·패럴림픽 축소는 부끄러운 게 아니다. 올림픽 역사 연구자에게 물었다"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대공황 직후 열린 1932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그리고 세계 제2차대전 종전 직후 열린 1948 런던 올림픽의 예를 들어 '긴축' 올림픽을 치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단순히 올림픽의 경제 손실만을 고려한 의견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전세계는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물론 1930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게오르기 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가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은 분명하다"며 "각국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전례없는 피해를 막고 강력한 회복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니구치는 "이런 상황에서 도쿄 올림픽 1년 연기로 인한 추가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누구에게라도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비용 절감을 주장했다. 그는 올림픽 역사 연구자인 데이빗 런트 남유타주립대 역사학 부교수의 의견을 빌어, 코로나19 이후 치러질 도쿄 올림픽의 경제적 상황을 제1, 2차 세계대전 직후 열린 1920 앤트워프 올림픽과 1948 런던 올림픽에 비교했다. 특히 1948 런던 올림픽은 전쟁 여파로 인해 '긴축 재정 올림픽'으로 불릴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에서 치러졌다. 올림픽 주경기장이나 수영장 등 새로운 시설을 세우지 않았고 남자 선수들은 공군 캠프에, 여자 선수들은 런던 대학 기숙사에서 숙박해야 했다. 또 경기에 필요한 시설도 부족해 다른 나라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1948 런던 올림픽은 사상 처음으로 방송국에 중계권을 판매한 대회이기도 하다. 대공황 이후 치러진 LA 올림픽 역시, 재정 절감을 위해 처음으로 선수촌을 만들어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즉, 이런 사례에 기반해 도쿄 올림픽 역시 추가비용을 과도하게 들이기보다, 긴축으로 비용을 줄이되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런트 부교수도 "과거 대회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올림픽이 곤란한 시대상 속에서도 혁신을 통해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라며 "일본 역시 올림픽의 규모를 축소, 혁신적이고 창조적으로 대회를 즐기는 방법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