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트윈스가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자체 청백전에서 진행하고 있다.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3.22/ 정규시즌이 단축 운영되더라도 선수 연봉 감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지금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19 뉴노멀 시대를 맞이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108게임 체제로 치러질 경우 프로야구 산업 전체의 매출 파이는 온전할 수 있을까. 잔뜩 축소된 산업 규모에서 과연 선수들의 몸값은 꿋꿋이 유지될 수 있을까.
3월 31일 KBO 긴급 실행위원회 안건 중 하나는 시즌 단축이다. 현행 144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할 경우 135경기, 126경기, 117경기, 108경기 체제로 운영되는 방안이 논의됐다. KB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전이 미뤄진 뒤 줄곧 '144경기 정상 운영' 방침을 유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자 시즌 단축 카드가 실행위원회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당장 화두가 된 건 연봉이다. 경기 수가 축소되면 연봉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선수도 있다. 프로야구 규약에 관심이 높은 A 변호사는 "현행 선수 계약서상 (코로나19로 인한 일정 변화로) 연봉을 감액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없다. 항목을 넣었다면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게 없다"며 "시즌 일정을 팀당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렸을 때도 올릴 예정이던 최저 연봉이 소폭 인상된 것을 제외하면 달라진 게 없었다.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경기를 하지 못했을 때 연봉 감액을 비롯해 재협상이 가능하지만, 시즌 일정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게 아니라면 감액이 쉽지 않을 거다"고 했다.
KBO 리그에선 선수 연봉 지급의 핵심이 '기간'이다. 야구규약 제69조 [참가활동기간]과 제72조 [연봉의 지급]을 종합하면 구단은 매년 2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연봉을 10회 분할해 매월 1회 일정한 날 지급한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2월부터 급여가 나가는데 개막일을 기준으로 연봉이 지급(월 2회)되는 메이저리그와 다르다.
메이저리그는 개막일이 미뤄지고 시즌까지 단축되면 연봉 지급에도 영향을 준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에 따르면 1995년 파업으로 팀당 162경기가 144경기로 11.1% 줄어들었던 메이저리그는 그해 선수 급여가 11.1% 감소했다. 메이저리그 규정을 KBO 리그에 적용한다면 시즌 단축에 따른 연봉 감액이 가능하지만 사정이 다르다. A 변호사는 "KBO 리그는 경기를 하지 않는 2월에도 선수 연봉이 지급된다. 11월도 마찬가지다. 경기뿐만 아니라 기타 훈련, 선수로서 감당해야 하는 의무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구단도 동의한다. B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KBO 계약서를 보면 시즌 일정을 축소한다고 해서 연봉 감액을 하긴 어렵다. (코로나19를) 천재지변이라고 가정해도 선수들의 귀책사유도 아니다. 다만 내년 시즌 계약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C 구단 단장도 "2020년 연봉에 대해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2021년 계약을 할 때는 어느 정도 반영될 여지가 있다"며 "경기 수가 줄어들면 구단의 적자 폭이 커져서 문 닫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올해 연봉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거라 은행에 빚을 내 주는 선지급에 가깝다. 수익이 적어지면 당연히 선수 연봉도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IS포토 프로야구단은 모기업 의존도가 높다. 만성 적자에 시달려 자생력이 떨어진다. 2020년이 파행 운영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크다. 시즌이 계획대로 5월 이후 '지각' 개막하더라도 관중 동원이 정상적으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구단과 선수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D 구단 단장은 "선수협(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과 KBO가 논의할 부분이다. 계약서상 (연봉 삭감을) 강요할 순 없어도 준비는 서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다른 리그는 이미 하고 있다. 구단 수익이 줄어들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수의 구단 관계자는 연봉은 선수협, 인센티브를 포함한 옵션은 구단에서 양보를 해야 한다고 했다. 구단, KBO, 선수협이 협상 테이블을 차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KBO 고위 관계자는 "경기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연봉이 줄어든다고 명문화돼 있는 건 없다. 2월 1일부터 시작돼 11월 30일까지가 연봉 계약 기간이다. 경기가 없는 2월에도 참가활동을 하니 연봉이 지급된다. 경기 수 축소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큰 틀에서 연봉을 별도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