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29개 대회에 총상금 226억원이 걸린 역대 최대 규모의 판으로 성장했다.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3대 투어에 걸맞는 규모였다. 2020년 시즌 KLPGA 투어는 31개 대회, 총상금 270억원 규모의 대회를 예고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 12월 치러진 이른 시즌 개막전 효성챔피언십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코로나19 여파로 언제 시즌을 시작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투어가 중단된 상황에서 KLPGA가 6일 ‘2020 정기 총회’를 개최한다. 당초 이번 총회는 지난 달 20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개최 시기를 두 번이나 미룬 끝에 열린다.
우여곡절 끝에 열리는 이번 정기 총회에서는 향후 KLPGA의 미래 4년이 걸린 중요한 선거가 예정돼 있다. 대의원 70명이 참석한 가운데 KLPGA의 향후 4년을 이끌어갈 이사회의 얼굴이 대부분 바뀌는 선거가 치러진다. KLPGA 이사회는 김상열 회장을 비롯해 부회장 2인, 전무이사 1인, 이사 14인(사외 이사 3인 포함) 등 1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는 협회 사업 계획·예산과 결산 업무·정관 개정·각종 위원회의 조정·징계·총회 부의 사항의 작성 및 상정·그 밖의 중요 사항 등을 결정하는 최고 집행 기관이다. 그만큼 권한이 막강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3월 말로 임기가 종료된 이사 4인을 비롯해 수석부회장‧부회장‧전무이사 등의 집행 임원이 새롭게 임명된다. KLPGA는 지난해 정기 총회에서 수석부회장·부회장·전무이사 등 3인의 집행 임원을 대의원 선출제에서 선출된 이사 중 회장이 지명하는 방식의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일부 대의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김 회장은 “선거 때마다 밥 잘 사주는 사람이 계속 뽑혀왔다. 그러나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이고, 독재가 이어지면 교만해진다. 이런 폐단을 막고 협회를 일해 일할 수 있는 유능한 임원을 뽑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그동안 허수아비에 가까운 회장을 영입한 뒤 협회를 좌지우지하던 실세 이사진과 대의원의 전횡을 막겠다는 김 회장의 의지가 담긴 개정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 회장이 주도한 정관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대의원측에서는 다른 논리를 편다. 회장이 지명하는 임원이 6명(사외 이사 3명, 집행 임원 3명)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이사회의 역할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지만 결론은 하나다. 이번 임원 선거가 인적 쇄신을 통한 KLPGA의 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원들 사이에서는 현 정관대로라면 인적 쇄신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 정관에 따르면 이사에 대한 임기 제한은 따로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선거에는 임기가 만료된 이사와 집행 임원 중 6명이 다시 선거에 나선다. 한 대의원은 “8년, 12년 이사를 해온 사람이 또 이사가 되고, 회장 지명으로 임원이 된다면 독재를 막겠다는 정관 개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진정한 인적 쇄신이 이뤄지려면 새로운 얼굴을 뽑아야 한다. 이사 임기에 대한 정관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재와 전횡을 막고 협회의 발전을 이끌겠다는 김상열 회장의 개혁 카드가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