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프로듀스X101' 메인작가가 연습생 선발 과정에 대해 "제작진의 다수결로 진행됐고 조작은 없었거나 몰랐다"고 답했다.
7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의 심리로 업무방해 및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된 안모PD와 김모CP를 비롯한 불구속된 조연출 이씨,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소속사 관계자들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은 코로나 19 감염 우려로 입석을 제한하고 최소한의 방청 인원만을 받았다.
지난달 23일 열린 2차 공판 이후 김CP는 각 변호인들은 증거 자료와 증인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날 '프로듀스X101'의 메인작가로 참여한 이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그는 안PD와의 인연으로 시즌4 메인작가로 합류해 프로그램 구성과 대본작성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프로듀서 대표로 출연한 이동욱 매니저와 주로 연락했고 담당 작가들의 보고에 따라 문제가 있을 때는 연습생들의 소속사와도 접촉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과의 문답에서 메인작가는 "101명 연습생을 꾸릴 때 대형기획사의 경우 제작진 측에서 직접 소속사에 연락해 연습생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소속사 측에선 난색이 있었지만 출연을 독려하는 분위기였다. 101명 선발 여부는 제작진 전체회의로 진행됐다. 총 3차 미팅까지 있었고 선발 기준은 비주얼이나 끼 등 아이돌로서의 가능성이었다"고 밝혔다. 또 "제작진이 노래를 지정해주지 않는다. 레벨테스트의 경우 중복되는 곡이나 사회적 분위기상 방송될 수 없는 곡 등을 고려해 다른 곡을 추천해주기도 했다"면서 미션 과정에서 깊게 관여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검찰 측이 제시한 안PD와 기획사 관계자와의 통화 기록과도 대조했다. 진술이 엇갈린 부분은 A연습생이 101명으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나왔다. 메인작가는 "'카드'라 불리는 룰이 있었다. 전체 제작진 의견이 맞지 않더라도 미팅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이다. 1차, 2차에서만 사용한다"고 설명했고 후배 작가가 A연습생에 '카드'를 한 차례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카드로 2차 미팅까지 살아남은 A연습생은 3차 미팅에서도 보류로 남아 최총 다수결로 선발이 됐다는 것이 메인작가의 진술이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A연습생은 탈락 통보를 작가로부터 받은지 얼마되지 않아 다시 합격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은 A연습생 기획사 관계자와 안pd와의 통화내역에 담겼다. 2019년 1월 2일 101명 선정 기간 중의 녹취록에는 A연습생이 노래를 못해서 미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는데, '안PD가 그래도 좀 보자고 해서 1차 미팅에 참여하게 됐다'는 취지의 말이 담겼다. 2월 1일 통화에서는 안PD가 '내 권한으로 탈락이 아닌 보류에 넣었다'는 뉘앙스를 상대에게 전달했다. 또 다른 통화에서는 기획사 관계자가 '작가님에 전화가 왔고, 형(안PD)이 신경을 써줬다는 걸 안다. (A연습생이) 안 된거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는데 며칠 뒤 A연습생이 101명으로 선정됐다는 내용을 안PD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션곡으로 샤이니의 '누난 너무 예뻐'를 하겠다는 소속사 관계자에 안PD가 다른 노래를 부르게 하는 내용도 있었다.
'A연습생을 보지 않기로 했다가 미팅을 진행하기로 했던 대화를 나눈 적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메인작가는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누구 하나의 권한으로 미팅이 이뤄지는 시스템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PD님이 (A연습생에 대한) 보류를 말한 것은 모르겠다. 참여한 제작진 모두 보류 의견이었다"고 했다. A연습생 측과 통화한 작가에 대해선 "내가 한 것은 아니다. 이런 통화가 있었는 줄 몰랐다"고 답했다. 곡 지정에 대한 검찰의 질문에는 "곡 지정은 없었다. 레벨테스트에서는 중복 곡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라고 답했지만 검찰의 "101명 선정 과정 때 있었던 일이다"라는 이야기에 말문이 막혔다.
메인작가는 "A연습생이 내정됐다거나 위에서 압력이 있다고 느낀 적은 없다. 안PD가 최종 3차 미팅에서 종이투표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구체적 발언은 하지 않았다. 김CP는 커피를 돌리러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선발과정은 30여명의 제작진 의견을 따랐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션곡을 사전에 알려주어 유리하게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미션곡을 사전에 알려준다는 내용은 들은 적도 없고 이전 시즌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 없다. 미션곡 유출에 대한 조사를 했을 때 안무 의뢰 과정에서 보안이 허술했던 부분이 있었다. 안무트레이너에 8곡을 의뢰했는데 모두 하기는 어려워서 후배 안무가에 재의뢰를 했고, 그 과정에서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 후배 안무가가 출연하는 소속사에 연습생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유출됐고 그 안무가가 안pd에 전화해 사과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조작 혐의에 대해선 "메인작가로 참여하면서 제작진의 투표 조작을 느낀 적이 없다. 기사 보고 놀랐다. 특정 연습생에 유리하게 대본을 하라거나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면서 김CP와 안PD를 "일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프로듀스' 조작 논란은 지난해 7월 종영한 '프로듀스X101'의 생방송 문자 득표수가 특정한 수의 배수로 나타나는 등의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시청자들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제작진과 소속사 관계자들을 고소 고발했다. CJ ENM도 제작진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으며, 경찰 조사 결과 '프로듀스' 전 시즌에 걸쳐 조작이 있었음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