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즌 조기 종료 후, 시상식을 남겨두고 있는 한국프로농구의 신인상 부문 수상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을 조기 종료한 KBL은 잔여 경기와 플레이오프를 모두 취소했지만, 주요 부문에 대한 시상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 시즌 KBL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친 MVP를 비롯해 각종 기록 부문 수상자 및 신인상에 대한 시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MVP 부문이 허훈(25·부산 kt)과 김종규(29·원주 DB)의 양강구도에 송교창(24·전주 KCC)의 추격세를 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고, 신인상 부문의 경우 DB 김훈(24)과 창원 LG 박정현(24)이 수상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바로 이 신인상이다. 신인 중 최고 기량을 선보인 선수가 받는 상이 바로 신인상인데, 이번 시즌은 역대급 흉작이라는 평이 태반이다. 출전 가능 경기 수의 절반을 소화한 선수가 후보에 오를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경기 수가 줄어든 올 시즌은 43경기를 소화한 6개 구단의 경우 16경기 이상, 42경기를 소화한 나머지 6개 구단의 경우 15경기 이상 뛴 선수가 해당된다. 코로나19를 고려해 기준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해서 후보에 오른 선수는 김훈과 박정현, 그리고 전성환(23·고양 오리온) 세 명 뿐이다. 그만큼 신인 선수들이 코트를 많이 밟지 못했다는 뜻이다.
후보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후보로 오른 선수들 역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고 보긴 어렵다는 점에 있다. 셋 중 가장 성적이 좋은 김훈의 경우 23경기 출전 평균 2.7득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와 경쟁하는 전체 1순위 신인 박정현의 성적은 20경기 2.2득점 2리바운드, 전성환은 24경기 출전 1.4득점에 0.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누가 받더라도 역대 신인상 계보를 잇기엔 민망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출난신인들의 활약이 저조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박정현을 비롯해 상위 순번 선수들이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는 점은 가장 큰 아쉬움이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대어급' 신인의 부재나, 선수 개개인의 부진을 떠나 신인 선수들이 자리잡기 어려운 환경이 이번 시즌 터져나온 것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1997년 리그가 창설된 이후, 선수들이 졸업하는 2월 이후 신인 드래프트를 실시해왔으나 졸업예정자들이 뛸 수 있게 하기 위해 11월로 시기를 바꾼 것이 패착이었다는 것이다. 시즌 중에 치러지는 드래프트를 통해 합류한 선수가 비시즌부터 조직력을 쌓아온 팀에 합류해 활약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프로와 대학 선수들간 기량차가 커진 상황에선, 곧바로 리그에 출전시키는 것보다 종전처럼 2월에 드래프트를 개최해 팀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기량 발전을 위해 더 낫다는 주장이다.
아니면 신인상 기준을 바꾸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프로축구 K리그의 경우 프로 경험이 없는 그 해 신인 선수를 후보로 신인상을 시상하다가 중고 신인 논란 등이 거듭되면서 만 23세 이하, 국내·외 프로 출전 햇수 3년 이내 등으로 시상 기준을 바꾸고 상 이름도 신인상에서 영플레이어상으로 바꿨다. 프로야구 역시 당해년도 입단 및 최초 등록 선수에 5년 이내 누적 기록(투수 30이닝·타자 60타석)을 넘지 않는 선수들이 후보에 오를 수 있다. 이처럼 신인상 후보 기준이 되는 조건을 넓힌다면 2~3년차 신인들의 동기 부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인상은 선수 인생에 단 한 번 받을 수 있는 상으로, 가장 영광스러운 상이라 불린다. 신인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신인 선수들, 그 자신이 더 클 것이다. 당장 이번 시즌은 논란 속에서도 후보 세 명 중 누군가가 신인상을 받게 되겠지만,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드래프트 날짜를 변경하든, 기준을 변경하든, 달라지고 있는 리그 분위기와 프로-아마간 기량차 등을 고려해 신인상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