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카이돔은 '11월 가을 야구'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확실한 건, 대안이 될 만한 유일한 장소라는 점이다.
KBO는 지난 7일 열린 긴급 실행위원회에서 '5월 초 시즌을 개막하고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를 강행하면서 팀당 144경기를 모두 치른 뒤 11월 초까지 포스트시즌을 모두 끝내는' 로드맵을 구상했다. 다만 이 계획이 오는 14일 이사회에서 그대로 통과된다 하더라도 목표한 시기에 모든 일정을 끝마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시즌 개막이 연기되거나, 무사히 개막하더라도 도중에 중단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따라서 KBO는 한국시리즈가 11월 말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1월 30일까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용도'로 고척돔 사용 허가를 받기 위해 서울시설공단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월 10일 이후 실외 구장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면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커지고, 12월 1일부터는 공식 비활동기간으로 분류되는 터라 11월 말일까지는 모든 일정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을 했다. 고척돔은 비시즌마다 대형 가수들의 콘서트장으로 종종 활용되기 때문에 일찌감치 허가를 받아두지 않으면 11월 장소 대관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개막 일정이 정해지기도 전에 장소 섭외부터 시작한 이유다.
수도권 A 구단 고위 관계자는 "실행위원회가 11월 포스트시즌 개최지를 검토한 결과, 추위나 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장소가 고척돔 밖에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일단 10월 안에 리그를 끝내는 게 목표지만,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리그가 2주 이상 중단될 가능성을 대비해 KBO가 고척돔 추가 대관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 역시 실행위원회가 끝난 뒤 포스트시즌 고척돔 중립경기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서울시설공단과 접촉하고 있다. 잘 풀린다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역대 가장 늦은 시기까지 포스트시즌이 이어진 해는 지난 2018년이다.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가 그해 11월 12일 6차전을 끝으로 종료됐다. KBO 리그가 팀당 144경기 체제로 확대된 뒤 처음으로 시즌 도중 리그가 중단(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됐던 시즌이다.
이 점을 고려해 KBO는 고척돔 중립경기의 기준점을 11월 15일로 잡고 있다. '한 시리즈의 경기일 혹은 경기일 사이 이동일에 11월 15일이 포함될 경우, 시리즈 전체를 고척돔 중립경기로 치른다'는 게 골자다. 만약 5월 초 개막한 뒤 리그가 2주 넘게 중단돼 일정이 밀린다면,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가 모두 고척돔 한 곳에서만 열릴 수도 있다. 또 고척돔 11월 추가 사용이 확정된 뒤 개막 연기 혹은 리그 중단으로 경기 수가 축소된다면, 한국시리즈 7차전을 11월 30일로 못박고 앞선 일정을 시뮬레이션 해 전체 일정과 경기 수를 결정하겠다는 복안이다.
작은 걸림돌은 하나 있다.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키움 히어로즈가 플레이오프 혹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전 경기를 홈에서 치르는 혜택을 얻게 된다. 키움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단 한 시즌(2017년)을 제외하고 모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했고, 올해 역시 우승 후보 가운데 한 팀으로 꼽힌다. 자칫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그러나 지방 B 구단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 돔구장이 하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느냐"며 "실외 홈구장에서 경기를 강행하는 것보다는 원정 돔구장에서 경기하는 게 선수들에게도 더 낫다. 올해 같은 상황에서 굳이 문제를 삼을 구단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KBO는 상대 팀도 키움처럼 시리즈 내내 최대한 동일한 환경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경기 중 홈팀과 원정팀의 변동과는 무관하게 키움이 시리즈 내내 1루쪽 더그아웃과 라커룸을 사용하고, 상대 팀 역시 더그아웃 변동 없이 익숙한 3루쪽에 계속 머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키움이 플레이오프 전에 탈락해 원정 두 팀이 고척돔에서 맞붙게 될 경우엔 추후 상세한 내용을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B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키움 선수들이 쓰던 홈 더그아웃 및 라커룸 사용, 홈과 원정 관련 경기 운영 방식, 현장 광고와 관련한 문제 등에 대해 KBO와 양 구단이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