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신입 외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26)이 박세혁(30)과의 배터리 호흡에 대해 묻자 전한 답변이다. 표정까지 밝아졌다. 수차례 한국 야구와 팀 동료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그였지만 '마누라' 박세혁은 유독 각별하다.
플렉센은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소속팀 자체 청백전에서 청팀의 선발투수로 나서 4이닝 동안 3탈삼진·무실점을 기록했다. 빠른 공의 최고 구속은 152km. 낙차 큰 커브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거나 삼진을 잡을 때 위력을 발휘했다. 주전 테이블세터와 4번 타자가 포진한 백팀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경기 뒤 플렉센은 "모든 구종의 제구가 다 좋았다"고 자평한 뒤 "박세혁 포수의 볼 배합이 너무 좋았다"는 말을 남겼다. 플렉센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나선 실전 경기던 2월 27일 소프트뱅크 2군과의 연습경기를 마친 뒤에도 "리드와 프레이밍이 뛰어난 포수다"고 감탄했다. 실전 경기가 끝날 때마다 언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물었다. 플렉센은 "영리한 포수고 기술도 좋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볼 배합에 대해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잘 알고 홈플레이트 뒤에서 사인을 보낸다. 이닝과 이닝 사이에는 자신이 실수했거나, 원하는 점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더 좋은 호흡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숙하지 않은 KBO 리그 타자들의 성향도 박세혁의 볼 배합을 통해 배워가고 있다.
플렉센은 연습경기와 청백전에서 소화한 14이닝 동안 탈삼진 18개를 기록했다. 높은 수치다. 이 점에 대해서도 "타자에 대해 공부도 하지만, 팀 야수의 수비와 포수의 볼 배합을 믿고 던지기 때문에 더 공격적인 투구가 가능한 것 같다"며 재차 박세혁과의 좋은 호흡을 언급했다.
플렉센이 쏟아낸 극찬을 들은 박세혁은 엷은 미소를 보이더니 "워낙 공이 좋은 투수다 보니 어떤 볼 배합을 해도 결과가 좋은 것이다"고 말했다. 4이닝 퍼펙트를 유도한 9일 청백전 투구에 대해서도 "초반에는 직구 위주였고, 3회 이후에는 자신이 변화구 구사를 원해서 그렇게 배합을 했다. 나는 그저 공이 이전보다 좋지 않을 때 한마디씩 해줄 뿐이다"며 자신의 지분을 인정하기보다는 파트너의 능력을 치켜세우려 했다.
박세혁은 팀에 새로 합류한 외인 듀오 탐구를 1, 2차 스프링캠프 화두로 꼽았다. 그나마 알칸타라는 지난 시즌에 KT 소속으로 뛰어서 익숙하다. 플렉센은 제로 베이스였다. 석 달이 지난 현재 포수는 투수에게 강한 신뢰를 받고 있다. 박세혁도 목표를 이룬 셈이다.
박세혁은 "아직 다른 팀 타자들을 상대하지 않았으니 예단하진 않는다. 그러나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나오는 직구, 낙폭과 직구와의 구속 차가 큰 커브는 정말 위력적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자신은 심리 관리를 조력할 생각이다. 지난 시즌에 두산에서 뛰었던조쉬 린드블럼과 세스후랭코프처럼플렉센도 진중한 스타일이라고 한다. 박세혁은 "너무 진지하면 안 좋은 결과에 매몰되기도 한다. 그럴 때 내가 많은 얘기를 해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에이스 기대주는 주전 포수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고, 포수는 투수를 배려하고 있다. 두산의 시즌 첫 공식전에서 배터리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큰 두 선수다. 좋은 궁합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