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은 1963년 창립 후 경옥고·우황청심원·쌍화탕 등 한방의약품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창업자 고 최수부 회장의 장남인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은 한방회사 이미지에서 탈피해 건강음료 시장을 개척하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신약 개발이라는 본연의 가치보다 유통업이 핵심 가치로 변한 탓에 제약사의 이미지가 희석되고 있다.
건강음료 사업 중점 ‘주객전도’ 광동제약은 한방의약품으로 명성을 쌓으며 성장했다. 그리고 최수부 회장은 한방의약품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1년 ‘마시는 비타민’ 비타500의 내놓는 등 과감한 행보로 주목받았다. 비타500은 ‘국민 자양강장제’ 박카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다. 옥수수수염차와 헛개차 등도 연이어 출시한 광동제약은 건강음료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건강음료 사업의 고속 성장으로 광동제약의 방향성도 변해갔다. 건강음료라는 ‘효자상품’이 주력 사업이 됐고, 유통 회사에 가까워졌다. 광동제약은 2012년 제주도개발공사의 삼다수 유통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고, 그해 말 제주삼다수 판매를 시작했다. 생수 유통사업은 매출 증가뿐 아니라 사업적 시각까지 바꿔놓았다.
광동제약은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출시 이후 유통부문의 매출이 급성장해 전체 매출액의 50% 이상 차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업계 시스템상 자금 회수에 한 달가량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생수의 경우 현금과 신용카드 결제율이 높아 자금 순환이 원활하기 때문에 회사 운영이 한결 매끄러워진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유통직판 및 대리점의 삼다수 판매 방법은 현금 72%, 3∼4개월 받을어음 9%, 신용카드 결제 19%다. 생수는 현금 94%, 3∼4개월 받을어음 3%, 신용카드결제 3% 정도의 비율로 회수된다”고 말했다.
최성원 부회장은 4+1년 계약을 끝내고, 2017년 재빨리 삼다수 위탁판매사업 재계약을 체결했다. 광동제약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에 최 부회장으로선 붙잡아야 하는 사업권이다.
매출 증가에도 연구·개발은 뒷전 광동제약은 2021년까지 4년 더 삼다수 위탁판매사업을 연장했고,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계약에 합의했다. 광동제약 측은 “2019년 1조2382억원의 광동제약 매출에 삼다수 매출 비중은 17.1%인 2114억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광동제약 내에서 삼다수의 매출 비중은 훨씬 더 높다.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1조2382억원 중 광동제약이 올린 매출이 7489억원으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종속회사인 코리아이플랫폼(소모성자재구매대행)의 매출 4717억원 등이 보태졌다. 코리아이플랫폼은 2015년 광동제약이 인수한 인터넷 유통업 및 전자상거래 관련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종속회사를 제외한 광동제약의 순 매출 금액에서 삼다수의 매출 비중은 28.2%까지 올라간다. 최 부회장이 삼다수 판매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건강음료 부문에서 비타500류 901억원(12%), 옥수수수염차 554억원(7.4%), 헛개차 387억원(5.2%)의 매출을 기록했다.
건강음료와 생수 영업을 바탕으로 광동제약은 최근 3년 연속 매출 1조원 이상을 찍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 418억원과 226억원으로 2018년에 비해 증가했다. 그런데도 신약 연구·개발(R&D) 투자에는 인색하다. 매출 대비 R&D 비중이 1%대에 불과하다. 2017년 1%에서 그나마 2019년 1.3%로 조금 늘었고, 이중 정부보조금 11억원도 포함됐다. 1조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한미약품과 셀트리온의 R&D 비용이 20%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적은 액수다. 일반제조업의 매출 대비 평균 R&D 비용 비중도 3~4% 수준이다.
‘2020 트리플1’ 목표…위탁 사업으론 한계
최 부회장은 2020년 ‘트리플1’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트리플1은 기업가치 1조원,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 달성이다. 영업이익이 2019년 418억으로 3.3% 수준이기에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국내외의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이뤄낸 매출액 1조원 지속 달성과 영업이익률 증가 등의 성과는 모든 임직원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 역시 불확실한 경제 환경과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 대한 다각적인 대비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위기극복을 위한 혁신경영의 2대 실천 과제로 수익구조 혁신과 경영체질 혁신을 제시한 바 있다.
유통업 외에는 뚜렷한 파이프라인이 없어 수익구조 혁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광동제약은 자체 개발보다 수입을 통한 매출 증대를 꾀하고 있다. 비만치료제와 여성용 성욕저하치료제 등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수입 의약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동제약은 미국 제약사인 팰러틴 테크놀로지스와 여성 성욕저하 치료약 신약 ‘바이리시’의 국내 독점 판권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합성 신약 KD101은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 비만 국가인 미국의 시장 규모가 2026년 12억 달러(1조47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돼 광동제약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휴먼 헬스케어 브랜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광동제약으로서는 내수 시장은 물론이고 수출 규모를 키워야 수익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광동제약의 수출 매출은 고작 100억원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다수의 판매 재계약 과정에서 위탁판매 권리가 LG생활건강(B2B, 자판기), 제주개발공사(대형마트)로 나뉘어 광동제약의 생수 영업 수익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며 "자체 개발이 아닌 위탁 사업으로는 매출 증대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