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는 지난 2월 29일 개막을 하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무기한 연기됐다. 약 두 달 동안 코로나19와 치열하게 싸운 지금 K리그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K리그를 개막할 수 있는 모든 조건들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먼저 코로나19가 진정세로 접어들었다. 지난 달 30일 K리그 대표자 회의에 참석한 전병율 차의과대학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신규 확진자가 1일 기준으로 40명 이하가 2주 이상 지속이 된다면 감염학적으로 어느 정도 바이러스가 통제된다고 볼 수 있다. 그때는 개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9일을 시작으로 40명 이하로 떨어진 지 2주가 넘었다.
또 정부가 야외 스포츠를 허용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신규 확진자 발생이 한 자리 수인 8명까지 줄었다. 야외 스포츠도 ‘무관중 경기’와 같이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축구연맹)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축구연맹은 그동안 금지됐던 K리그 팀들간 연습경기를 지난 21일부터 허용됐다. 미디어의 취재도 가능해졌다. K리그 구단들은 개막에 앞서 본격적인 전력 점검에 들어갔다. 여기에 프로야구가 5월 5일 개막을 확정지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K리그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제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개막일과 리그 운영 방식을 확정해야 한다. 24일 오후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리는 K리그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5월 9~10일이 개막일 1순위로 꼽히고 있다. 2순위는 5월 16~17일이다. 분명한 것은 5월 안에 K리그가 문을 연다는 점이다.
리그 개막이 두 달 넘게 미뤄진 만큼 경기 수 축소는 불가피하다. K리그1(1부리그)는 총 38경기(정규리그 33경기+파이널라운드 5경기)로 치러졌다. 여기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대한축구협회 FA컵 등의 일정도 감안해야 한다. 파이널라운드 없이 정규리그 33경기만 치르는 안을 비롯해 각 팀 당 3번 씩 치르는 정규리그를 2번으로 줄인 뒤 파이널라운드를 10경기로 늘리는 안(정규리그 22경기+스플릿라운드 10경기) 등이 제시됐다. 그 중 정규리그를 22경기 치른 뒤 파이널라운드를 5경기 치르는 안이 유력하다. 이 안이 채택된다면 총 27경기(정규리그 22경기+파이널라운드 5경기)로 2020시즌을 치르게 된다. 이 결정 역시 이사회가 내린다. K리그2(2부리그)는 10개 팀이 3번 씩 맞붙는 27라운드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리고 프로야구와 같이 K리그도 일단 무관중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K리그 개막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대처 모범국 한국의 위상을 K리그 개막을 통해 다시 한 번 표출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네 번째로 리그를 시작한다. 타지키스탄과 대만이 리그를 개막했고, 투르크메니스탄도 리그 재개를 알렸다. 동아시아 라이벌 일본과 중국보다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게 됐다. 일본 J리그는 당초 5월 9일을 재개 목표일로 잡았지만 일본 내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아 반대 여론이 강하다. 일본 내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J리그 재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8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슈퍼리그는 4월 중 개막을 준비했지만 산둥 루넝의 마루앙 펠라이니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제동이 걸렸다. 슈퍼리그는 6월 말경에 개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