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에 목말랐던 창원 LG가 왕년의 '캥거루 슈터' 조성원(49) 신임 감독과 함께 다시 한 번 꿈에 도전한다.
지난 23일 조 감독을 제8대 신임 감독으로 선임한 LG는 27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취임 기자회견 행사를 가졌다. 주장 강병현(35)을 비롯해 조성민(37) 김시래(31) 박정현(24)이 이 자리에 함께 해 조 감독의 취임을 축하했다. 조 감독은 "어려운 가운데 감독을 맡게 돼 부담도 되지만 기대가 된다"며 "선수들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 준비 잘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먼저 전했다. 이어 "모든 걸 내려놓고 '올인'한다는 생각으로 LG에 왔다. 중요한 건 우승"이라며 사령탑으로서 자신의 첫 번째 목표를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1997년 프로 입단 이후 2006년 현역에서 은퇴한 조 감독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LG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캥거루 슈터'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조 감독은 당시 화끈한 공격 농구를 선보이던 김태환 감독 밑에서 LG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LG에서 뛰었던 2000~2001시즌 정규리그 최우수 선수(MVP)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LG와 함께 우승을 경험하진 못했다. LG는 2013~2014시즌 김진 감독 체제에서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으나 이후론 우승과 거리가 먼 시간을 보냈다. 현주엽 전 감독이 이끌던 2018~2019시즌 4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두 차례 준우승만 했을 뿐 우승 경험이 없다. 조 감독이 "내가 (선수로)있었을 때도 LG가 우승을 못하고 준우승만 했었기 때문에, 우승을 시켜보고 싶은 게 첫 번째 목표"라고 강조한 이유다.
당장 5월 1일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개장을 앞두고 있지만 조 감독의 시선은 바깥보다 팀 내부를 향한다. "우승팀이나 최하위권이나 선수들의 실력 차이는 종이 한 장이라 생각한다. 보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조 감독은 새롭게 변할 LG의 키워드로 '효율'과 '소통'을 꼽았다. 현역 시절 LG에서 활약할 때 100점대 농구를 펼쳤던 팀 컬러를 이식해 빠르고 재미있는 공격 농구를 펼치겠다는 게 조 감독의 청사진이다. '효율'과 '소통'은 바로 이 청사진을 완성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밑재료다.
FA나 트레이드를 통한 선수 영입보다 기존 선수들과 함께 새로운 색깔을 만들겠다는 건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조치다. 훈련량도 경기 시간에 맞춰 효율적으로 꾸리고, 나머지 부분은 개인 훈련으로 보완하게끔 할 계획이다. "상대가 100점을 넣어도 우리가 100점 이상 넣으면 이길 수 있다"고 말한 조 감독은 "빠른 농구로 공격 횟수를 많이 가져가겠다. 리바운드를 강조하고, 속공시 체력 분배 등에도 신경쓸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기존 선수들이 팀 컬러에 적응해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로 코트를 휘저을 수 있다면, 승산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물론 조 감독이 원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선 선수들이 얼마나 따라주느냐가 관건이다.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끊임없이 선수들과 '소통'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선수들과 신뢰를 쌓고 프런트와 간격을 좁혀 우승에 근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자 한다"고 얘기한 조 감독은 "감독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선수들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도움을 주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며 다가가겠다"고 덧붙였다. 감독의 권위를 내려놓고, 구단과 선수들 사이의 가교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우려는 하나도 되지 않는다. 기대감만 있다"는 조 감독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이 자리에 참석한 선수들도 밝은 표정을 보였다. 주장 강병현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기대가 크다. 감독님께서 추구하시는 농구 잘 알기 때문에 밝고 재밌고 빠른 농구를 하게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빨리 감독님의 농구에 적응해서 돌아오는 시즌, 팬들을 다시 체육관으로 부를 수 있는 재미있는 농구를 하겠다"고 얘기했다. 조성원표 빠른 농구의 주축이 될 김시래 역시 "시대가 변하고 있고,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독님과 좋은 유대 관계가 생길 것 같다. 잘 달릴 수 있는 선수들이 많으니 훈련하고 준비 잘해서 감독님 지도를 잘 따라가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