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외인 신입 투수들이 베일을 벗었다. 이미 에이스감으로 평가받은 투수도 있다. 판단 유보도 있다.
KBO 리그 연습경기가 27일까지 팀당 네 경기씩 치르며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 1주일 뒤면 개막이다. 그사이 각 구단 지도자와 선수는 한 가지 호기심을 해소했다. 자체 청백전 정국 탓에 여의치 않던 신입 외인 투수들의 기량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일곱 구단이 최소 1명 이상은 새 외인 투수를 영입했다. 모두 교류전에서 한 차례씩 등판했다.
SK 닉 킹엄(29)은 이미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됐다. 지난 시즌에 SK의 정규리그 2위를 이끌었던 '파이볼러' 듀오인 소사와 산체스가 떠난 상황에서 영입한 투수다. 빠른 공은 150㎞(시속)대까지 기대할 수 있다. 변화구 구사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청백전에서 23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96을 기록했다.
24일 열린 LG와의 연습경기에서도 4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다. LG 1-3번 라인에 두 차례나 스코어링 포지션을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 승부는 안정감 있게 막아냈다. 빠른 공의 제구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변화구로 타이밍을 뺏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겨우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SK의 다른 신입 투수 리카르도 핀토(26)는 연습경기에서도 고전했다. 25일 고척키움전에서 4⅔이닝 동안 볼넷 5개를 내줬다. 실점은 3점. 청백전에서 22⅓이닝·27피안타·23실점(12자책)을 기록했다. 주자가 있을 때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구위는 좋지만 멘탈 관리는 숙제다.
두산 새 외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26)도 기대감을 높인다.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가진 첫 실전 경기(소프트뱅크 2군)에서는 1회부터 홈런을 허용하며 불안감을 안겼다. 그러나 이후 실전 경기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김태형 감독도 "예상보다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난 투수다"며 안도했다. 청백전 시리즈에서도 좋은 컨디션을 이어갔다.
27일 열린 SK와의 연습경기는 시험대였다.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1회부터 야수 실책 탓에 만루 위기에 놓였지만, 병살타 유도로 이닝을 마쳤다. 이후 두 차례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지만 실점은 막았다. 두산 주전 포수 박세혁은 키(191㎝) 대비 긴 팔 덕분에 높은 릴리스포인트에서 나오는 공의 위력에 감탄했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빠르게 인정하고 고치려는 성향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KT 새 외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는 판단 유보다.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개성이 드러나는 행보로 주목받았다. 성향을 가늠할 수 없었다. 공 끝에 움직임이 많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25일 열린 잠실 두산전에서 연습경기 첫 등판에 나섰다. 결과는 3⅔이닝 4실점. 최고 구속 150㎞(시속)까지 찍었고, 브레이킹볼의 낙폭도 컸다. 그러나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공이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정타가 많았다. KT는 그가 15승 이상 거둘 수 있는 투수로 보고 있다. 아직 진짜 능력을 보여준 건 아니지만, 확신을 주지도 못했다.
연습경기에서 뜨거운 화력을 보여주며 3승을 거둔 롯데는 신입 외인 듀오의 연착륙은 더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이력이 화려한 댄 스트레일리(32)와 아드리안 샘슨(29) 모두 연습경기에서 고전했다. 구위는 좋았다. 샘슨의 무브먼트는 다른 팀 사령탑도 눈여겨보고 있다. 그러나 KBO 리그 타자들의 집요한 승부와 아직 적응하지 못한 스트라이크존에 애를 먹었다.
KIA 드류 가뇽(30)은 27일 NC전에서 5이닝 5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2, 3회 각각 2점과 3점을 내줬다. 집중타를 허용했다. 최고 구속은 146㎞(시속)에 그쳤다. 3, 4회 무실점이 위안이다.
NC 새 외인 마이크 라이트(30)는 25일 KIA전에서 4이닝·3피안타·1실점을 기록했다. 구속(153㎞)도 좋았고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했다. 삼성 데이비드 뷰캐넌(31)는 25일 한화전에 나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구위로 압도하는 투수지만 땅볼 유도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구위와 퍼포먼스 모두 좋았다"고 총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