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백넘버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그 선수의 경쟁력이 고스란히 등번호의 가치와 연결된다.
세계 스포츠에서 상징적인 백넘버가 있다. 축구에서는 '에이스의 상징' 10번이 대표적이다. '축구황제' 펠레를 시작으로 디에고 마라도나 최근에는 리오넬 메시까지 10번을 달았다. 농구에서는 마이클 조던의 상징적 번호 23번이 있다. 조던 은퇴 후 많은 선수들이 '제2의 조던'을 꿈꾸며 23번을 달고 있다. 야구와 미식축구 그리고 아이스하키까지 전설적인 백넘버가 존재한다. F1(포뮬러1)과 모터사이클 선수에게도 백넘버가 허락된다.
그렇다면 상징적 번호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스페인 '마르카'는 0번부터 99번까지, 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은퇴 선수와 현역 선수를 모두 포함해, 각 번호를 상징하는 선수 100명을 선정했다. 주요선수를 소개한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러셀 웨스트브룩의 백넘버 0번으로 시작한다. 1번은 스페인 축구의 전설적 골키퍼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심장이었던 이케르 카시야스가 선정됐다. 3번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 타자 베이브 루스였다.
아무래도 제한적인 등번호를 쓰는 종목이라 10번 안에는 축구 선수들이 많았다. 세르히오 라모스(4번) 안드레스 이니에스타(6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7번) 루이스 아라고네스(8번) 호나우두(9번)까지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가장 경쟁이 치열한 10번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펠레와 메시를 제치고 마라도나가 영광의 10번을 품었다. 마라도나는 펠레와 함께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선수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 우승을 이끄는 등 세계 축구를 호령했던 슈퍼스타였다.
11번에도 유명한 선수가 많지만 축구 선수가 아니었다. 럭비의 전설로 불리는 조나 로무가 선정됐다. 10번에서 마라도나에 밀렸지만 메시는 19번에 이름을 올렸다. 바르셀로나 신인 시절 달았던 등번호다.
20번과 30번 대에는 전설적인 농구 선수들, 특히 NBA 출신들이 많이 포진했다. 20번 마누 지노빌리를 시작으로 21번 팀 던컨 그리고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23번에 조던이 선정됐다. 23번은 조던이 아니면 안 되는 번호다. 또 하나의 전설적 백넘버 24번, 코비 브라이언트 이름이 빠질 수 없었다. 30번도 스테판 커리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매직 존슨(32번)과 래리 버드(33번)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재미있는 점은 조던은 100명 가운데 유일하게 2번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23번과 함께 45번도 조던이다. 조던이 시카고 불스를 이끌며 NBA 3연패를 달성하고 은퇴한 뒤 복귀할 시점 달았던 등번호다. 세계 스포츠계에서 조던이 차지하는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35번. 사이클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사이클의 전설 미겔 인두라인도 눈에 띈다. 40번대 이후에는 루이스 해밀턴(44번) 등 모터스포츠 스타들과 오토 그레이엄(60번) 등 미식축구 선수들이 많이 이름을 등록했다.
이색적인 번호도 있다. 현재 리버풀의 간판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가 74번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2015년 살라가 첼시에서 피오렌티나로 임대간 뒤 단 등번호다. 74번은 2012년 2월 이집트 포트사이드 축구경기장에서 발생된 관중 집단 폭력 사고의 사망자수다. 살라가 직접 이를 기리기 위해 74번을 선택했다.
골키퍼의 전설 잔루이지 부폰은 파르마 시절 선택한 88번에 이름을 올렸다. 또 95번에 우사인 볼트가 선정됐다. 종목은 육상이 아니라 축구다. 볼트는 호주 A리그 센트럴 코스트에 입단하면서 자신의 100m 세계신기록(9초58)을 나타내는 95번을 달았다.